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 검은색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은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으로 유유히 들어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설치한 '양승태 구속',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물끄러미 한 번 바라보고는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제 재임 동안 일어난 일로 국민께 이렇게 큰 심려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이 자리를 빌려 국민들께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사법농단 의혹 연루 판사)의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내가 안고 가겠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간간히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치 '제왕적 대법원장'의 귀환을 알리듯 당당한 표정이었다.
법원노조가 스피커를 이용해 "양승태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방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렸다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대법원 기자회견을 자처한 이유를 밝히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대법원 정문 앞에는 보수‧진보 시민단체 회원 150여명이 모여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응원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경찰 1800여명이 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물리적 충돌을 빚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