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가스 부족에 병원 MRI도 차질 우려

대한영상의학회 "일부 병원, MRI 가동에 문제"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헬륨가스 공급량이 전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용 MRI 촬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헬륨 가스는 수소나 산소와 달리 실험실에서 합성할 수 없는 자원으로 천연가스 채굴 시 부산물로 얻는다.

헬륨 가스 최대 수출국은 카타르인데 UAE 등 인접국가와의 외교마찰 문제로 이들 국가내 항구를 이용하지 못하는데다 헬륨가스 광구 노후화로 수출량이 대폭 줄었다.

여기에 세계 생산국인 미국도 헬륨가스 경매 생산량을 기존 500 MCF(million cubic feet)에서 지난해에는 210 MCF로 크게 줄였다.

생산량이 줄자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평소 10만원대이던 47리터 헬륨 한 병 가격이 지난해부터 급등해 최근에는 4,50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량은 줄고 가격도 급등하자 헬륨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벤트 업체의 경우 지난 연말 성수기에 헬륨 풍선을 이용한 이벤트 주문이 잇따랐지만 헬륨 가스 부족으로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벤트 업체 P사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는 헬륨 풍선 주문이 한 건만 들어와도 소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헬륨 가스가 부족했다"며 "헬륨 풍선 자체를 팔 수 없을 정도로 (헬륨 가스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헬륨 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풍선을 공중에 띄우는 역할을 하는데 수소 같은 기체도 풍선을 띄울 수는 있지만 폭발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며 "일반 공기는 풍선을 아예 띄우지도 못해 헬륨을 대체할만한 가스도 딱히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예전의 3배 가격으로 헬륨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데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이어진다면 소비자 가격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헬륨 가스가 의료용으로도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영상의학진단장비인 MRI에 필수적이다. MRI는 자기장을 형성해 촬영하는데, 헬륨 가스가 초전도 조건을 만들어 자기장을 형성한다. 따라서 MRI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헬륨 가스를 주기적으로 주입해 주어야 한다.

대한영상의학회는 헬륨 가스 공급 부족사태와 관련해 "학회가 전수 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병원에서 현재 MRI 장비 사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으로 헬륨가스 공급에 문제가 있다면 MRI 장비사용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MRI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MRI 진단수요가 대폭 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헬륨 가스 부족으로 MRI 가동이 중단되거나 운영시간이 단축된다면 'MRI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도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헬륨 가스가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냉각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기업은 대기업이라 그나마 헬륨 가스 수급이 나은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하청 업체에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원청 업체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특수 용접에서도 헬륨 가스를 사용하는데 '뿌리산업'인 용접이 차질을 빚으면 관련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LNG나 도시가스 등 연료용 가스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살피지만 산업용 고압가스는 정부 내 담당부서도 없는 형편"이라며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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