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9시30분부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피의자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장소는 청사 15층에 마련한 특별조사실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크게 4가지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7개월간 이어온 수사를 통해 문건·이메일·관련자진술 등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자필 서명도 들어간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재판개입·인사개입이 없었다는 입장이냐'를 묻는 질문에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법관들도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 적어도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들 했다"며 "나는 그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문건 8000여개 등 관련 증거는 넘쳐나는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없는 꼴이다.
결국 이날 조사에서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 치열한 공방이 오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도 "오늘 수사·조사 과정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 드리겠다"며 조사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조사는 특별수사부 부장검사들의 지휘 하에,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부부장검사들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가 입회했다.
검찰은 조사 분량이 방대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날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차례 더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