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법관들 상처 모두 내 책임"…혐의는 전면 부인

검찰조사 전 대법원 앞서 기자회견…"국민들께 송구"
양 전 대법원장 "모두 자신의 부덕의 소치"…그러나 혐의는 전면 부인
검찰조사서 사실관계 구체적으로 밝히고 해명할 방침
양 전 대법원장, 검찰청사 앞에서는 '묵묵부답'

11일 오전 ‘사법농단 의혹’ 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최정점에 서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개입', '법관사찰' 등 불거진 의혹에 대해선 지난해 6월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일(사법농단 의혹)로 인해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받은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라며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절대 다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을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복무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법관들도 자신의 직무 수행 중 적어도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에 어떤 태도로 임할지에 대한 각오도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늘 수사·조사 과정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편견과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해명되길 바랄뿐"이라며 검찰에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6월 기자회견 때처럼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대법원에서 입장을 발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 과정 전 법원을 한번 들렀다가 가고싶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후 오전 9시30분으로 예정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강제징용 소송 개입에 삼권분립 위배되거나 국민 불신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인사불이익 조치 절대 없다고 하셨는데 여전히 그런 입장인'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검정색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대법원 정문에서 내린 양 전 대법원장은 검정색 코트 차림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대법원 정문 앞은 기자회견 내내 법원노조 등 여러 단체들의 스피커 시위가 이어졌으나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9일 밝혔다. 대법원 측에 공식 통보도 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에 남은 자신의 세력을 모으고, 향후 자신의 재판이 열린 법원에 시그널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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