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교착을 푸는 방식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 열려 발판이 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文·金 '남북이 만든 한반도 평화 긍정적'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70여년의 민족분열사 상 일찍이 있어 본 적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라며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마음과 힘을 합쳐나간다면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고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줬다"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 모두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의미 있게 평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평화를 13번 말했고, 김 위원장도 25번이나 평화를 언급했다.
또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것이 대해 문 대통령은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은 과제인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먼저", "북한 먼저" 이견에도 북미대화 필요성 강조
남북 정상은 큰 틀에서 북미 간 대화를 통한 단계적·동시적 행동이라는 비핵화 협상 원칙에 대해서는 일치를 봤지만, 그 행동의 첫걸음을 북미 중 누가 먼저 내디딜 지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나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 또 각국 정상을 만나면서 확약한 비핵화 의지 등으로 성의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먼저 성의를 보였으므로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 등으로 화답할 차례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먼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의 해결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가는 것"이라며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의 폐기라든지, 그 생산 라인의 폐기라든지, 나아가 다른 핵 단지들의 폐기라든지 그런 것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고 신뢰가 깊어지면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인 비핵화를 해나가는 프로세스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약속한 미사일 시험장이나 영변 핵단지 중 일부를 폐기하는 등의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미국의 상응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약간의 인식 차이는 있지만 남북 정상 모두 이러한 교착을 깨고 협상의 진척을 보기 위해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머지않아 제2차 북미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고위급 협상 소식을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간에 서로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는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될 것으로 기대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에 김정은 답방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 당면한 핵심 과제는 '경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가 수출이 6천억 달러를 돌파하고,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계소득의 비중이 낮아지고,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고용지표가 부진했던 점을 아쉽고 아픈 점이라면서 "새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천명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목표의 성과를 독려하면서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겠다"고 말했다. 또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력갱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지표 악화가 꼽히고 있으며, 젊은 지도자인 김 위원장 또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는 주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할 위치에 있다. 때문에 두 정상 모두 올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정치적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