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 중 하나는 '머지않은'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문답변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머지않은 시기에 개최될" 것이라고 밝혀 북미 간 사전조율이 상당히 진전됐음을 암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4차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그냥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는 걸 보여주는 징후"라며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이쯤이면 정말 머지않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고위급협상 소식을 듣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2차 북미회담이 지연되면서) 그렇게 늦어진 기간 동안 양쪽 입장 차이에 대한 접점들이 상당히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만약 2차 북미정상회담이 머지않은 시간 내에 이뤄지면 그 점에 대한 뭔가 의견 접근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 그 (평화롭고 부강한 나라와 분단의 극복) 실현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머지않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가 우리 앞에 도달할 것"이라며 강조와 반복어법을 재차 구사했다.
이 같은 발언은 4차 북중정상회담이 북미 비핵화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비핵화 담판을 앞둔 사전조율로서 1차 북미정상회담의 전례에서 보듯 북미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반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중국 배후론'을 빌미로 한 차례 연기됐던 경험처럼 북중 간의 밀착이 자칫 미국을 자극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4차 북중정상회담을 좋은 징후로 풀이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머지않았다고 말함으로써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날 발표된 북중정상회담 결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및 성과를 지지하며 유관국들이 대화를 통해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북한 및 유관국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여러 정황과 보고를 바탕으로 4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신년사를 통해 제안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며 적극 화답했다.
그는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비핵화협상이 중대 기로에 서있는 지금 일부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에선 "그동안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매우 신중한 입장이던 정부에 대해 강한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