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빙상인연대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석희 외에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선수들이 5, 6명 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책임이 크다"면서 "관련자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를 지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이날 "당초 피해 선수들이 가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학부모들이 자식들이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해 피해 사실 공개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는 2개월 전부터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5~6명 선수들이 지도자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여 대표는 "미성년자인 고교생 때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면서 "이 중 2건은 피해자를 통해 직접 성폭력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심석희처럼 성폭행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여 대표는 "성추행을 당한 것"이라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니며 선수들이 훈련하던 체육관 라커룸 등에서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포츠 특유의 수직적 사제 관계 때문에 성폭력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여 대표는 "빙상계의 폭력이 다른 종목보다 더 만연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체육계 전반의 수직적인 구조가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도자의 말에 따라 선수 생활을 못할 수도 있기에 피해자나 학부모들은 그냥 참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제대로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지금의 구조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 대표는 "2014년에도 성추행으로 영구제명된 코치가 이후 복권돼서 여전히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연맹과 체육회가 제대로 징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이런 구조가 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대는 추후 선수들의 피해 공개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