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으로 때려도 엄마라고...학대보다 강한 친권"

4세 여아 사망..찌그러진 프라이팬 발견
위탁됐다 다시 집으로..재학대의 악순환
학대 신고해도 강제 분리 못하는 현실
남은 두 아이들 심리치료도 병행돼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새해 벽두부터 들려왔던 우울한 뉴스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4살 여자아이였어요. 자다가 오줌을 쌌다고 화장실에서 밤새 벌을 서다가 이 아이가 숨졌습니다. 여기까지도 기가 막힌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점점 더 드러나고 있고 우리는 더 놀라고 있습니다. 이 집에서 찌그러진 프라이팬이 발견이 됐는데요. 알고 보니까 그 아이의 머리를 그 프라이팬으로 내려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4살입니다, 4살. 4살 아이의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내려쳐서 그 프라이팬이 찌그러졌을 정도면...... 그러니까 경찰이 이 프라이팬을 왜 주목하게 됐냐면 찌그러져 있었대요. 도대체 이게 왜 찌그러졌는가를 추궁하다가 알게 된 거예요. 이 정도라면 대체 이 가정의 평소 폭력은 어느 정도였던 걸까요?

아니나 다를까 이 가정은 이미 아동 학대 신고가 여러 번 들어가서 아이들이 보호 시설에 머물다가 다시 가정으로 복귀한 케이스였답니다. 그럼 막을 수도 있었다는 거죠. 왜 돌려보냈을까요? 지금 법으로는 왜 돌려보낼 수밖에 없을까요. 과연 돌려보내도 되는 걸까요? 짚어보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공 대표님, 나와 계세요?

◆ 공혜정>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사건이 드러나면 날수록 너무 놀랍네요.

◆ 공혜정> 정말 이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 학대 사건을 보더라도 굉장히 놀라운 내용들이 많아요. 왜 이렇게 되풀이되고 있는지 정말 참담하고 너무 답답합니다.

◇ 김현정> 사건을 좀 들여다보죠. 그러니까 1월 1일입니다, 여러분. 새해 첫날 새벽 3시에 4살짜리 아이가 자다가 옷에 오줌 쌌다고 엄마를 깨웠어요. 엄마, 오줌 쌌어 하고. 그랬더니 애 벌을 세운다면서 그날 영하 13도였거든요. 영하 13도 날씨에 화장실에 가뒀습니다. 4시간 뒤에 문을 열어 보니까 아이가 실신해 있었어요. 그러면 바로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어야 되는데 여기서 병원으로 안 옮긴 거죠?

◆ 공혜정> 네.

◇ 김현정> 가면 병원비가 많이 들 것 같아서 안 옮겼다라고 엄마가 지금 진술하고 있습니다.

◆ 공혜정> 말이 안 됩니다.

◇ 김현정> 말이 안 되죠. 당연히 안 되죠. 오후 3시에 이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는데 숨졌습니다. 일단 이 대처부터 얘기가 안 돼요.

◆ 공혜정> 안 되죠. 아이가, 4살 아이가 자다가 오줌을 싸는 건 그렇게 드물지 않습니다. 그럼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다시 재워야 되는데 그 추운 날씨에 화장실에 벌을 세우는 것도 말도 안 되지만 아이가 몸이 축 늘어지고 몸이 차가웠단 말이에요. 그러면 보통 아이를 병원으로 긴급하게 옮기지 병원비 걱정부터 하겠습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요.

◆ 공혜정> 병원비 긴급 지원 의료 제도도 있고 우리나라는 의료 보험이 잘되어 있고 의료 수가가 낮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병원비부터 걱정했다는 건지,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병원비가 비싸도 그 순간 병원비를 생각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 공혜정> 말이 안 됩니다.

◇ 김현정> 말이 안 돼요.

◆ 공혜정> 아이가 지금 죽어가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저희는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 봐 죽어가는 아이를 방치했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도 놀라운데 경찰이 조사를 하다 보니까 찌그러진 프라이팬이 나왔고 알고 보니 화장실에 벌을 세우던 그날 밤, 벌 세우기 전. 그러니까 자기 전에 프라이팬으로 그 아이 머리를 찍은 걸로 추정되는 상황인데요. 이건 뭡니까?

◆ 공혜정> 프라이팬이 찌그러질 정도였어요. 아이는 4살이었고 그 연약한 아이가. 그런데 그 정도로 강한 타격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해도 되지도 않고 용서도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처음에 이 프라이팬 왜 찌그러졌냐고 경찰이 추궁을 하니까 이 엄마가요, 이 집에 아이가 셋입니다, 여러분. 아이가 3명이 있는데 지금 죽은 아이가 막내거든요. 9살 큰아이가 때렸다라고 큰아이한테 죄를 뒤집어씌웠다면서요?

◆ 공혜정> 정말 그것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9살 아이가 가격을 해서 4살 아이가 사망한다는 것도 가능성이 낮지만 이런 일이 예전에 칠곡 계모 사건에서 한 번 있었거든요. 계모가 아이를 발로 차서 복막이 터져서 사망을 했는데 그걸 그 언니에게 때렸다고 하라고 계모가 강요를 했어요. 이런 사건들, 엄마가 돼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자기 친자식 아닙니까?

◇ 김현정> 도대체 엄마의 자격이 있는가. 어떻게 이런 가정이 가능한가라는 이야기에서 물론 분노합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여러분,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를 좀 들여다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 가정.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아동 학대 신고가 여러 차례 들어갔어요, 이미. 그래서 아이들이 보호 시설에 위탁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거예요?

(사진=연합뉴스)
◆ 공혜정> 그러니까 엄마가 강력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요청을 했고 아이들도 집으로 가고자 했거든요. 그러니까 돌려보내도 된다고 판단하고 돌려보냈겠죠. 그런데 이런 경우에 이 학대받는 아이들의 특징은 부모의 사랑을 갈구를 합니다. '내가 조금 더 착해지면, 내가 말을 잘 들으면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거야.' 이런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판단 없이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돌려보내는 건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가고 싶어 하죠. 아무리 학대를 하더라도 엄마니까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제대로 이 엄마가 아이를 학대를 안 할 수 있는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있는지 또 아이들이 집으로 귀가한 다음에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판단 위원회가 있어야 되고요. 그 이후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있어야 됐습니다.

◇ 김현정> 지금은요? 그럼 지금은?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갔어요. 그래서 보호 기관에서 이 아이들은 지금 맡아야겠다라고 판단이 돼서 보호 기관에 데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있다가 돌려보내는 거예요? 규정이 어떻게 돼 있습니까?

◆ 공혜정> 저희가 현황을 보면요. 일시 보호가 대부분입니다. 일시 보호라는 것은 보통 7일에서 10일이거든요.

◇ 김현정> 겨우요?

◆ 공혜정> 네. 장기 보호는 법적으로는 2년. 또 연장해서 2년까지도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장기 보호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보통 일시적으로 보호를 한 다음에 돌려보내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럼 돌려보낼 때는 어떻게 판단해서 돌려보내요? 그냥 아이들한테 '너희 집에 가고 싶니?' 해서 '가고 싶어요.' 하면 가는 거예요?

◆ 공혜정> 부모가 '잘 키우겠습니다.' 하면 돌려보내는 거죠. 제대로 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20분, 30분 상담하고 부모 교육 몇 번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시정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미 폭력은 습관이거든요. 폭력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한테 아무 대책 없이 잘 키우겠습니다 한마디에 돌려보낸다는 것은 아이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 이런 거 아닐까요? 저는 이런 부분이 너무 화가 납니다. 지금 이 아이는 재학대 신고가 된 아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공혜정>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재학대된 아이들 현황을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를 당하고 있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93%가 넘습니다. 이 지옥 같은 집으로 재학대 신고된 아이들의 66% 이상을 그냥 돌려보내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외국에서 보면 말이죠. 국가기관이 그냥 집에 들어가서, 기관이 그냥 집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그냥 데리고 나온다든지.

◆ 공혜정> 강제 분리하죠.

◇ 김현정> 그렇죠. 우리는 그렇게 못 해요?

◆ 공혜정> 우리나라는 그거 못 합니다. 왜냐하면 친권이라는 게 너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어도 강제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그런 조치가 친권보다 우선할 수가 없어요. 물론 아주 긴급 상황에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렇게 강제적으로 분리 조치를 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문 안 열어주면 못 들어가요?

◆ 공혜정> 이거 강제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법이 있어야 돼요.

◇ 김현정> 그러면 아주 치명적인 경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현장에서 그냥 급습을 한다든지 이런 경우가 아니면 문 열어주지 않으면 못 들어가요?

◆ 공혜정> 당연히 못 들어갑니다.

◇ 김현정> 당연히 못 들어가요?

◆ 공혜정> 그리고 아동 학대 사건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러니까 외부에서 어떻게 알 방법도 없지만 어떻게 알았다고 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외국의 경우처럼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든지 이런 경우 없습니다. 아이가 울고 있는 소리가 나더라도 설득을 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해야 돼요.

◇ 김현정> 그렇군요. 안 열어주면 못 들어가는. 지금 청취자 황** 님이 '아이가 셋이라고 했는데 나머지 아이들도 걱정됩니다.' 그러셨어요. 지금 아이가 9살, 6살, 4살. 지금 4살짜리 아이가 숨진 건데 나머지 2명의 아이들은 어떤 상태인가. 그러니까 지금 이 가정의 배경을 좀 여러분이 아셔야 될 것 같은데 엄마가 혼자 키우고 있었다면서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3명의 아이 중의 두 아이는 전 남편의 아이고 또 나머지 아이는 현 남편의 아이이기는 한데 그 남편도 지금 아동 학대 때문에 격리 조치가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혼자. 엄마가 혼자 키우고 있는 상태였다면서요. 그러면 이제 엄마가 구속 되고 아이들 나머지 아이들에 대해서도 뭔가 조치가 돼야 될 텐데 어떻습니까?

◆ 공혜정> 지금 현재 외조모가 키우고 있거든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지금 아동 보호 전문 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는 외조모한테 경제적인 지원을 하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는 이 부분도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한 게 지금 이 아이들은 어쨌든 간에 막내가 숨진 것을 봤고 또 엄마가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봤잖아요. 아빠는 접근 금지가 되어 있고. 이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인 치료도 지금 시급합니다.

◇ 김현정> 그 아이들도 조사를 좀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일단 학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 공혜정> 그렇죠. 아이들의 심리 치료도 들어가야 되고요. 그런데 지금 외조모한테 맡기고 그냥 지속적으로 관찰만 하겠다. 관찰보다는 지금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너무 연고자 위주, 친권 위주 이다 보니까 사회적으로 개입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적습니다. 법적으로라도 강하게 해서 아이들 강제적으로 분리해서 아이들을 치료를 해 줘야 되고요. 그다음에 이 아이들이 정말 가정으로 복귀해서 제대로 양육될 수 있는지 틈틈이 강제적으로라도 방문해서 아이들 면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강제화된 시스템이 없어요. 그냥 권유에 그치고 있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공 대표님 말씀 들으면서 지금 돌려보내는 것도 문제고 돌려보낸 뒤에 사후 모니터링이 전혀 안 되고 있어서 이번 일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지금 공 대표님도 많이 화가 나셨고 듣는 청취자분들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가 공분하고 계시는데 공분에서 그칠 게 아니라 그다음 대안을 우리가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공혜정> 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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