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이진용(의료관리학교실,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팀은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출산(유산 포함) 여성 37만1천341명을 분만취약지(4천239명)와 그렇지 않은 지역(36만7천102명)으로 나눠 17개 임신 관련 지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생하는 국제학술지(JKMS) 1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시·군·구 250곳 중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의원이나 병원이 없는 지역은 54곳이다. 상당수 임신부가 다른 지역의 산부인과를 찾아 '원정 출산'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1년부터 총 38개 지역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분만취약지 지정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출산에 따른 지역별 건강 불균형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분만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신부는 유산율이 높았다. 조사 당시 분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평균 유산율은 3.56%였지만, 분만취약지는 그보다 높은 4.55%를 기록했다.
분만취약지 중 유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0.3%로 분석된 강원도 정선군으로 분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평균 유산율에 견줘 2.9배나 높았다. 분만취약지 중에서도 유산율은 천차만별이어서 가장 낮은 전남 함평군(1.2%)과 비교하면 8.6배의 큰 차이가 났다.
정선군에 이어 유산율이 높은 지역으로는 인제군·평창군(각 8.1%), 보은군(7.9%), 영월군(7.7%), 청송군·무주군(각 7.5%), 울릉군·군위군(각 7.4%), 하동군(7.0%) 등이 꼽혔다. 연구팀은 산골 오지에 거주할수록 유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평가했다.
또 분만취약지에 거주하는 산모는 신장의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급성 신우신염' 발병률이 5.87%로 비분만취약지역의 4.81%보다 높았다. 출산 시 출혈로 인한 수혈률 역시 3.21%로 비분만취약지의 2.28%를 넘어섰다.
연구를 이끈 이진용 교수는 이번 연구가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분만취약지와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 큰 건강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으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만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분만취약지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토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신 38주 이후 도시의 대학병원 근처에 2∼3주간 호텔을 잡아주고 분만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도 제시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에 취약한 사람들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종류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체 예산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라며 "이를 기초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