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득과 소비, 줄었나 늘었나 따져보니…

文대통령 "가계소득 늘었다" 발언에 한국당 "실질처분소득 줄어" 반박
실질처분소득 만으로는 '사회적 현물이전' 효과 간과돼…소득 자체 증가폭을 봐야
"전년동기대비 민간소비 감소" 주장도 사실과 동떨어져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경제 상황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높아졌다"고 발언한 데 대해 보수진영은 '처분가능소득은 감소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진영의 주장은 여러 통계 지표 가운데 감소세를 보인 일부 지표만을 확대해석한 것일 뿐, 가계소득과 민간소비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더 정확하다는 재반론도 나온다.

◇文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실질소득 올라"VS보수진영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줄어"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해 경제 상황에 대해 "올해는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된 원년"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높아졌고, 보육비·의료비 등 필수 생계비는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전체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통계자료가 발표된 지난해 1~3분기 모두 전년동기대비 1분기 3만 6591원, 2분기 3400원, 3분기 4만 6980원씩 각각 줄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조세, 연금기여금, 사회보험료, 가구간 이전지출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것으로, 가계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만큼 가정의 '체감 소득'은 줄어들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또 중앙일보는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해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1분기 3.5%를 기록했지만, 2분기 2.8%, 3분기 2.6%로 계속 낮아졌고,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매판매액지수도 1분기 3% 늘었지만 2분기 0.7%, 3분기 -0.5%로 급감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 틀린 구석은 없어서,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각각 1.0%, 0.1%, 1.3%씩 소폭 하락했다.

◇명목소득·실질소득 대폭 증가…"소득 감소 아닌 비소비지출 증가 탓"

하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 가구당 명목소득은 각각 3.7%, 4.2%, 4.6%씩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역시 2.4%, 2.7%, 3.0%씩 올라 3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4.6%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즉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가계 소득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다만 이처럼 임금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사회보험료나 세금 등도 덩달아 오르면 처분가능소득 증가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가구당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금리상승, 소득증가,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따른 이자, 조세, 사회보험료, 가구간 이전지출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하면서 소폭 감소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2017년 1분기 3.22%였던 가계대출금리는 분기마다 꾸준히 올라 지난해 3분기에는 3.57%로 올랐다.

또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인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보험 가입이 요구된 가운데 정부가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결과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달 6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에도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처분가능소득을 계산해보면 오히려 0.3%, 1.4%, 0.3%씩 각각 오를만큼 가계소득도 크게 올랐다.

가계 소득증가율(가구당, 위)과 민간소비 및 GDP 성장률(아래)
◇"실질처분가능소득 감소? 사회적현물이전 효과 무시한 주장일 뿐"

그렇다면 문 대통령과 보수진영의 주장 중 어느 해석이 현실에 더 부합한 해석일까?

아주대학교 김용기 경영학과 교수는 "추 의원의 주장은 소득과 처분가능소득 간의 차이가 사회적현물이전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간과한 무지한 주장이거나, 만약 그것을 알고도 그런 주장을 했다면 악의적인 통계의 왜곡"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득 수준의 향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당연히 처분가능소득이 아닌 명목·실질소득을 봐야 한다"며 "사회보험료와 조세 등은 다시 사회적현물이전으로 가계에 돌아오는데, 이러한 소득의 증가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상 가구소득의 증가로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보험료, 조세 등은 증가할수록 소득과 처분가능소득 간의 격차가 커지고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지만, 이것은 결국 '사회적 임금'의 형태로 사실상 가구 소득에 다시 이바지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이나 무상교육 등을 통해 사실상 가계가 보조금을 받게 되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현물 지원이 공급되면 이것이 소득으로 계산되지 않을 뿐, 실제로는 가계의 '지갑'을 불리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따라서 가계 소득의 증가 여부는 문 대통령이 얘기한대로 소득의 증가 여부를 따져야 한다"며 "만약 추 의원 주장대로 처분가능소득으로 평가하려면 사회적현물이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계 소득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사회적현물이전을 포함하면 처분가능소득은 15.7%나 증가한다. 게다가 2018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31만 5천명, 고용보험 가입자가 36만 1천명 증가했기 때문에 이러한 증가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 7년만에 최대 증가폭…분기별 흐름도 개선세 유지"

민간소비의 경우에도 지적된 전년동기대비 분기 소비지표는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소비 관련 통계결과는 일관되게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민간소비는 오히려 2014년 저점을 찍은 이래 꾸준히 증가한 끝에 지난해는 전년대비 2.8% 증가하면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2005년 이후 처음으로 GDP 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기여도 역시 2년 연속으로 6년 만의 최대치인 1.3%p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민간소비의 최근 흐름을 보여주는 전분기 대비 증가율도 1분기 0.7%, 2분기 0.3%, 3분기 0.5%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분기와 비교할 때에도 계절효과 등을 감안해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반드시 전년동기와 비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3.5%, 2분기 2.8%, 3분기 2.6%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전 3년 동안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2017년에 1분기 2.1%, 2분기 2.4%, 3분기 2.6%를 기록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라며 "어떤 기준을 제시하든 지난해 민간소비가 개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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