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통해 본 심석희 사건, 대한체육회에 책임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대한체육회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실이 지난 8일 알려진 이후 대한체육회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석희 사건 책임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파면을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체육계에서 이같은 폭력이 지속되는 이유는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심석희의 법률대리인 측은 심석희가 조 전 코치의 성폭행에 대해 추가 고소한 사실을 알렸다.

법률대리인 측은 "조 전 코치는 심석희가 만 17세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에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됐다. 이는 국가체육시설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수촌을 관리·운영하고, 각 종목 대표팀 훈련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허술한 '아마추어 선수·지도자 (성)폭력 실태 조사'도 도마에 올랐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인권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10년부터 2년 주기로 '아마추어 선수 지도자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심석희 측이 성폭행 추가 고소 사실을 알린 지난 8일 대한체육회는 2018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은 1.7%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심석희의 성폭력 추가 고소 보도가 나오면서 대한체육회 조사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체육시민연대 이경렬 사무국장은 9일 CBS노컷뉴스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관리감독하는 상위기관은 처벌하지 않고, 가해자만 처벌하는 건 사태를 악순환시키는 일"이라며 "지난해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 파문이 불거졌을 때 상위기관 책임자들이 모두 사퇴한 것처럼 대한체육회장과 선수촌장은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야 한다"고 말했다.

나사르는 미국 체조 대표팀과 미시간대 체조팀 주치의로 있으면서 30여 년간 여자 체조선수 300여 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최장 360년형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래리 브로브스트 위원장, 스콧 블랙문 회장이 사퇴했다. 미국체조협회는 케리 페리 회장이 물러났고,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미시간대는 피해자들에게 5억 달러(약 560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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