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피해자가 얽히고설킨'… 연극 '사건발생 일구팔공'

극단 '웃어'의 연극 '사건발생 일구팔공'은 제목만 보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유추되지만, 사실 아무 관련이 없다.

연극은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큰 줄기이다.

하지만, 공연을 마친 뒤 돌이켜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얽히고설킨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1980년대 광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엄마, 꿈도 희망도 없이 술로 하루를 채우는 아들 춘구, 지적 장애가 있는 딸 순희, 결혼을 통해 이 지긋지긋한 집안을 벗어나고 싶은 또 다른 딸 선희.

등장하는 인물의 면면만 봐도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 이들에게 큰 이벤트가 생기는데, 그것은 곧 선희의 결혼 소식이었다.

약혼자 지환과 결혼을 앞둔 선희는 드레스를 보러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나가고, 엄마는 시장에서 일하고 있고, 순희를 돌봐야 할 춘구마저 전화를 받고 나간다.

그렇게 혼자 남은 순희는 집밖으로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경사를 앞둔 가정은 초상을 치르게 되고, 예정된 결혼마저 연기된다. 이 과정에서 춘구과 지환의 또 다른 인연이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였던 것이고, 이로 인해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것 같았던 일상이 뒤집어진다.

사실 1980은 극 중 아들로 등장하는 춘구가 태어난 해이다. 사회 부적응자, 문제아로만 보이던 춘구가 문제의 시발점이자 문제를 봉합하는 중심이다.

때문에 춘구로 더블 캐스팅 된 배우 김동민과 김경환의 폭발하고 억누르는 감정 연기가 볼거리이도 하다. 2월 10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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