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과 언제든 한 테이블에 앉겠다면서도,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본적으로 대화 기조를 이어가며 2차 북미 고위급 회담 및 정상회담에 대한 의향을 공개적으로 나타내면서도 미국이 계속 제재·압박 기조를 풀지 않는다면 향후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며 '플랜B'에 대한 경고도 함께 보낸 '강온 전략'인 셈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화해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내밀면서 아주 날카로운 가시도 함께 내밀었다"고 비유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신년사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 의지를 담은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방금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에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내놨다.
미국에 손을 내밀면서도 그 손을 온전히 잡지는 않는 양면성을 하루 이틀 간격으로 보여준 것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강온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핵무력 완성을 2017년에 마무리 짓고 난 뒤 전략무기를 가진 국가로서 적극적으로 대외협상 혹은 공세를 펴고 이를 통해 북한에 필요한 교류·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정책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역시 북한의 강온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면서도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손을 동시에 잡았다.
이는 현재의 대화 국면을 관리해 나가면서도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중국의 손을 잡고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함으로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신년 들어 벌어진 이같은 상황은 미국에게는 다시금 혼란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신년사를 통해 '다자협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한데 이어 중국을 직접 찾은 북한의 행보가 미국이 생각하는 그림과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중간선거 이후 떠오른 미국 내 주류 세력이 가진 북한과 북중 밀착에 대한 의구심을 부채질할 여지도 충분하다.
반면 이같은 북한의 메시지가 '핵단추'까지 언급했던 지난해 신년사와 기류보다는 온화하고, 북한이 대화의 끈을 놓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미국으로서는 대응에 고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이 입을 닫은 북한을 이끌어내려 상당 수준의 유화정책을 펼친 끝에 이같은 북한의 입장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보다 까다로운 해석과 대응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북한 정부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만 알렸을 뿐 명확한 의도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중국 관영 언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8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4차 정상회담을 하고 환영만찬을 가졌지만 회담의 내용은 비공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번 방중이 이처럼 북한과 미국,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머리싸움의 양상을 띄고 있어 미국도 북중 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