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기자회견' 추진 논란…전관예우 요구하나?

사법농단 '정점' 피의자 신분, '양승태 라인' 결집 시도?
이명박·박근혜 前대통령도 검찰 포토라인서 입장발표
대법 "현재까지 협의 없어"…기자회견 현실화 불투명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에 앞서 독단적인 '대법원 기자회견'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의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을 향해 '전관예우'를 요구하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9일 "양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출석 전 대법원에서 소회 등 입장을 밝히려고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 정문 안 로비에서 (입장발표를) 하면 혹시 모를 충돌을 피하면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과 협의가 돼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와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 의혹 수사의 종착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이 그를 상대로 조사할 범죄사실은 공범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공소장에 비춰봐도 40개가 넘는다.

이 같은 '피의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기자회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전례없는 '특권'을 요구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검찰 소환 당시 일반적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으로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법개혁을 추진하며 내홍을 겪고 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법원 내 갈등에 기름을 끼얹으려는 모습이다.

또 최근 법원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방탄법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 직전 대법원 앞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으로 사실상 김명수 대법원에 남아 있는 '양승태 라인'을 결집을 시도하는 셈이다.

나아가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해 김명수 대법원에 '전관예우'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수는 있지만, 대법원이라는 장소는 부적절해 보인다"며 "법원에 부담을 안기는 것은 물론 앞으로 재판을 맡을 재판부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 측이 대법원 기자회견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세웠음에도 대법원과 미리 상의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이번 사태를 몰고온 장본인으로 지목된 자신이 대법원과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면서 후임인 김 대법원장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의 한 판사는 "실제 대법원에서 기자회견할 가능성이 있냐"고 반문하며 "어느 정도 검토했는지 실제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대법원과 사전에 협의를 왜 안했는지 등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기자회견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입장 발표와 관련해 현재까지 대법원과 진행된 협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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