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이 기간 부진한 성적을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으로 보상받았다. 2008년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박혜진을 선발했고 2012년 2순위 지명권을 활용해 최은실을 영입했다.
이들은 2012-2013시즌부터 지난 2017-2018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 왕조 건설의 주춧돌이었다.
박혜진은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의 포인트가드다. 네 차례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도 1개 보유했다. 최은실 역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성장했다.
2010년에 1순위로 영입한 이승아는 우리은행의 4회 우승에 기여한 뒤 2016년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2019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4.8%의 낮은 확률을 뚫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의 포효에 나머지 5개 구단 지도자 및 관계자들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역대급' 유망주로 평가받는 박지현(숭의여고)을 영입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아쉬움과 이미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뒤섞였다.
위성우 감독에게도 나름 고충은 있다.
암흑기 시절과는 반대로 우리은행은 성적이 좋았던 지난 6년동안 좋은 신인을 데려올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우리은행은 임영희와 박혜진이라는 확실한 주축 선수를 중심으로 매년 여름 적극적으로 선수 영입을 시도했고 또 강도높은 훈련으로 전력을 유지 혹은 강화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늘 후순위로 밀렸고 고비도 있었지만 우리은행은 늘 고비를 극복하고 정상을 지켰다. '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이라는 외부 시선과는 달리 우리은행은 항상 위기를 겪었고 또 이겨냈다.
왕조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 위성우 감독의 생각이다. 박지현의 영입은 프렌차이즈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위성우 감독은 "첫 우승을 하기 전 5년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때 영입한 선수들로 6년동안 끌고갔다. 팀을 운영하면서 앞으로 내려갈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박지현이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이제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 천년 만년 할 수는 없다. 세대교체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을 우리은행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좋은 선수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우리은행의 훈련은 박지현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은행의 탄탄한 시스템이 박지현을 더 좋은 선수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의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은행은 정정당당한 과정을 거쳐 '슈퍼팀'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타 구단들이 분발할 차례다. 지난 6년동안 여자농구가 발굴한 좋은 유망주들은 우리은행이 아닌 나머지 5개 구단에 각각 자리했다. 그들을 성장시키고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경쟁자들의 몫이다. 질투만 해서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