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과 양희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백업 멤버였다.
시즌 초반 3점포로 힘을 보탠 배병준부터 가드진을 이끄는 박지훈과 박형철, 박재한, 그리고 오세근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승원, 최현민, 베테랑 기승호까지. 코트에 서는 것이 목 마른 선수들이 대다수다.
그런 KGC의 성적표를 보자. 18승14패 단독 4위다. 오세근이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9경기에 빠진 상황에서, 또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뽑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성적표다.
코트를 밟는 선수마다 절실함이 엿보인다.
김승기 감독은 8일 KCC를 89대78로 격파한 뒤 "선수들이 수비와 공격을 너무 열심히 해줬다"면서 "잇몸들이 너무 잘해준다. 잇몸이 단단해지고 있다.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너무 잘했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김승기 감독은 최근 욕을 많이 먹었다. 경기에서나, 작전타임에서나 선수들을 너무 강압적으로 컨트롤했기 때문이다.
욕심이었다. "선수들에게 더 높은 곳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김승기 감독도 독하기만 했던 스타일을 조금씩 버리고 있다. 때로는 칭찬도 하면서 백업 멤버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승기 감독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너희들에게 꼭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라면서 "선수들이 만족하지 않고, 하려는 욕심이 생겼다.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더 열심히 한다. 안 되는 것 같아도 이기니까, 무너질 때는 무너져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독하게 하지는 않는다. 연습 때 독하게 하고, 풀어줄 때는 풀어준다"고 멋쩍게 웃었다.
김승기 감독은 선수로서는 정점을 찍지 못했다. 고교, 대학 시절 최고 가드 중 한 명이었지만, 프로에서는 부상 등의 이유로 밀렸다. 그래서 더 백업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선수들이 더 성장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으로 이적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에게 '나(감독)에게 이겨라. 내가 정말 나쁜 놈이니까 스스로를 위해서 저 사람에게 지지 말고 이긴다는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정말 고마워서 열심히 해라.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이제는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선수들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