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핵심 참모진 교체는 집권 3년차, 2기 청와대로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정체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성과 중심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긴 데 이어 인물 교체를 통해 중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1기 비서진들이 청와대를 잘 세팅해서 안정화시켰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보니 두렵기도 하다. 그 부족함을 경청함으로써 메우려 한다"고 밝혔다.
교체된 임 실장은 지난 대선 국면에 영입돼 핵심 친문진영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2017년 5월부터 20개월 동안 문 대통령 곁을 지키며 '신문재인계(新文)'를 대표하는 인사로 부상했다. 함께 바뀐 한 수석과 윤 수석 모두 임 실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임 실장의 후임인 노영민 실장은 '원조 친문(親文)'으로 불릴 정도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2017년 대선에서는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아 내외곽 조직을 관리했다.
강기정 신임 정무수석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캠프 수석총괄본부장을 맡은 핵심 친문이다.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엔 전병헌 초대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거론됐지만 지방선거 출마 준비를 이유로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청와대 내 힘의 무게추가 임 실장을 중심축으로 하는 신문계에서 친문계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줄곧 임 실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경계해 온 친문 핵심부의 시각이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중반기, 대외(對外) 소통보다는 내부 논리가 강화되면서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여권은 이 같은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는 신임 인사들의 소통·정무 능력을 강조하며 정책적 성과를 이끌어 낼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노 실장 본인도 일성으로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했고, 강 수석도 "대통령의 뜻을 국회에 잘 전달하고, 국회의 민의를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 윤도한 수석 역시 "국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노 실장과 강 수석은 전임자들에 비해 국회 경험을 더 많이 했고, 또 더 최근에 했다. 특히 노 실장은 경계가 없는 사람으로, 협상력의 측면에서 봤을 때 임 전 실장과 비교할 수 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내적으론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강력한 힘을 갖고 실적과 성과를 내고, 외적으론 여야 관계를 원활히 풀어가고 국민들의 여론을 잘 수렴할 수 있는 성격의 인사"라며 "이번 인사는 일대 쇄신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르면 9일 권혁기 춘추관장을 포함해 일부 비서관급 인사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관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청와대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지난 대선 때부터 김정숙 여사를 밀착 수행해 온 인물이다. 수평 이동으로 공석이 되는 제2부속비서관 자리는 신지연 현 해외언론비서관 맡을 예정이다.
권 관장과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등의 교체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