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가 사는 동안 극심한 빈곤을 종식시킨다는 사명에 헌신한 열정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기관의 수장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재는 다음달 1일 총재직을 사임하고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투자를 하는 민간기업에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김 총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갈등설을 조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세계은행의 중국에 대한 대출을 비판해왔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은행의 대출 배경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 사정에 밝은 국내의 한 학자는 CBS노컷뉴스에 "김 총재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폼페이오 장관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은행이 북한을 지원하는 관심과 동력이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용 총재의 사임으로 세계은행 지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실향민 출신인 김 총재가 북한 핵문제가 풀리면 세계은행 주도로 북한을 지원.개발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김 총재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 북한 관련 얘기를 많이 했다"며 "비공식적으로 세계은행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 폼페이오 장관과 상의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5월 23일 부산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고, 이틀 뒤 청와대를 예방해 문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한국은 아프리카의 경제 개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뜻을 갖고 있다. 김 총재께서 강조한 사람에 대한 투자, 이 부분에 대해선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다" 등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가 경제 개발 지원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두 사람 면담에서 북한 관련 내용이 있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총재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폭적 지지로 세계은행 총재에 선임됐고 2016년 9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세계은행 운영 방안 의견 충돌, 특히 북한 지원 관련 이견(異見)이 존재해 김 총재가 조기 사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