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회고록 쓴 전두환, 독감 불출석 믿을 수 있나"

작년 5월 기소, 여러 이유 대며 출석 거부
이순자 씨 망언 보고 재판 불출석 짐작
알츠하이머 이어 독감? 믿기 어렵다
"치매 증상 심한데 회고록은 어떻게 썼나"
국립묘지 안장, '모순'..가해자가 어떻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01월 07일 (월)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정호 변호사 (전두환 회고록 민·형사 소송 법률 대리인)

◇ 정관용> 5. 18 당시에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 오늘 광주에서 또다시 재판이 열렸는데 또 불출석했어요. 관련 재판에 소송 대리인직을 맡고 계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 지부장입니다. 김정호 변호사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정호>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이게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서 뭐라고 썼어요?

◆ 김정호> 헬기사격이 없음에도 헬기사격이 있다고 기재한 것은 ‘성직자의 탈을 쓴 파렴치한이다. 거짓말쟁이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돌아가신 분,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해서 고소를 하신 거죠?

◆ 김정호>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유족이 고소한 것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검찰이 다 수사해서 이건 기소해야겠다, 재판에 넘겨야겠다 해서 지금 기소가 된 것 아닙니까?

◆ 김정호> 작년 5월 8일날 기소가 됐습니다.

◇ 정관용> 작년 5월에. 재판이 지금까지 왜 계속 안 열렸어요, 그런데.

◆ 김정호> 재판은 여러 차례 열리려고 했는데 수개월째 사실상 공전된 게 여러 차례 이유를 대면서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정관용> 어떤 이유를 대면서요?

◆ 김정호> 최초에는 이송신청. 그러니까 재판 자체가 재판부에게 광주 말고 서울로 재판을 보내달라는 재판부 이송 신청을 하면서 좀 재판이 지연됐고요. 그다음에는 재판에 성실하게 임할 테니 재판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한 이유도 있었고요. 그다음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있기 때문에 이제 재판을 받기가 어렵다라는 이유도 댔고요. 마지막으로는 관할이전신청. 광주지방법원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관할을 아예 서울로 이전해달라는 고등법원에 신청을 하고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바람에 그것만으로도 3개월이 또 시간이 갔습니다.

◇ 정관용> 계속 광주에서는 재판 못 받겠다. 서울로 해 달라고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김정호> 어차피 이 재판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임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요. 어떻게든 이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관할이전 신청은 재판을 좀 지연하기 위한 하나의 편법적인 수단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냥 시간 끌기용이다.

5.18단체 등이 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전두환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광주CBS 조시영 기자)

◆ 김정호> 네.

◇ 정관용> 정말 서울로 옮겨주면 출석하겠다는 뜻은 아닌 거라고 본다?

◆ 김정호> 정말로 그런 뜻이 있다고 한다면 이 재판이 7개월 동안에 단 한 번이라도 재판에 임하는 태도 자체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진정성을 우리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아니겠습니까?

◆ 김정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피고인이 이렇게 계속 안 나와도 되는 거예요?

◆ 김정호> 그래서 이제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형사재판의 피고인의 경우는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있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정호>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는 반드시 절차를 밟아서 피고인의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무단으로 불출석,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는 불출석은 오늘을 포함해서 두 번째였고요.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에 이송신청이라든가 관할 이전 신청 그다음에 연기 신청. 이것을 통해서 합법적인 꼼수를 통한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포함하다 보니까 7개월이나 걸린 것입니다. 결국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포함해서.

◇ 정관용> 그러니까 재판부가 강제구인 절차에 들어가려면 별 이유 없이 불출석이 한두 번은 쌓여야 되는데.

◆ 김정호> 오늘 두 번이 쌓이다 보니 재판부가 이제 오늘에서야 다음 재판 기일을 3월 11일로 지정하면서 다음 재판 기일에는 구인장을 발부해서 강제소환해서 재판진행을 하겠다라고 오늘 밝힌 것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동안에는 빌미가 되지 않도록 각종 꼼수로 시간을 끌다가 이제는 막바지까지 온 거군요.

◆ 김정호> 그렇습니다, 이제.

◇ 정관용> 강제구인은 피할 수가 없는 거죠?

◆ 김정호> 강제구인은 3월 11일 이전에 발부가 돼 있고 결국은 3월 11일 재판을 위해서 지탱을 할 건데 오늘 전두환 측 변호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하더라도 임의로 출석할 것이기 때문에 그걸 고려해 달라’고 마지막 말씀을 하셨는데 말 그대로 출석을 한다면 집행할 필요가 없이 출석을 하시면 되는 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불응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이제 강제로 끌려와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강제 구인 영장 발부에 불복해서 또 항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죠?

◆ 김정호> 그렇다 하더라도 그거 자체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3월 11일에는 어떻게든 강제구인 형태로 소환돼서 오시든 직접 출석하든 이런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늘도 안 나오리라고 예상하셨죠, 김 변호사님은?

◆ 김정호> 정초에 부인인 이순자 씨가 망언에 가까운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고요. 다만 이제 언론 보도를 보고 독감에 걸렸다는 새로운 사유를 전해 들었을 뿐입니다.

◇ 정관용> 이번에는 독감, 지난번에는 알츠하이머. 그렇죠?

◆ 김정호> 그래서 사실은 여러 번 출석했던 피고인이 이번 기회에 한해서 독감에 걸렸다면 충분히 믿을 수가 있죠. 그런데 7개월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은 피고인이 알츠하이머라 하든 독감이라 하든 어떤 사유로든 그걸 믿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의 그런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태도 변화가 저는 절실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오늘 이런저런 보도를 보니까 치매 증상이 심해서 하루에 10번씩 이를 닦는다. 그리고 무슨 얘기를 들어도 2~3분이면 잊어버린다, 이런 얘기를 하던데 그런 건 어떻게 보세요?

전두환 전 대통령 (자료사진=윤창원기자)

◆ 김정호>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좀 가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부분인데요. 뭐냐 하면 그 정도의 정신 상태로 어떻게 회고록을 썼다는 것인지. 사실은 역사 앞에서 반성이나 사죄를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침묵이라도 했다면 이런 회고록을 내지 않았다면 본인의 처벌을 자초할 상황은 만들지 않았을 건데 작년에는 회고록을 썼다가 올해는 이제 회고록 자체 내용을 모르겠다고 치매에 걸렸다고 한다면 그것도 참 납득하기 어렵고 특히나 저희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2016년 6월에 신동아라는 잡지 인터뷰에서 북한군 개입설에 이런 내용은 전혀 자기는 관계없다. 지만원 씨 개인적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어요. 그런데 그다음 해 1년도 안 돼서 발행한 회고록에서는 그 주장을 전부 다 가져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태도를 보였던 분이 이제 또 치매 걸렸다고 하니까 참 저희는 어떻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망연자실한 심정이죠.

◇ 정관용> 아까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그 부인이 우리도 5. 18의 억울한 희생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다, 이런 발언. 글쎄요. 어떻게 느끼시는지 여쭤보기도 참 민망합니다마는 어떻게 느끼세요?

◆ 김정호>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자죠. 그러니까 지금 80년 5월에 서울의 봄을 깨뜨린 장본인이고 그리고 또 본인이 이제 이순자 씨 인터뷰에서 마치 87년 이후에 어떤 민주화된 새로운 현재 대통령직선제 부분이 본인의 결단에 의한 것처럼 전두환 결단에 의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거는 6월 항쟁의 결과로 강제로 국민적 저항에 굴복한 것이지 본인이 결단한 게 아니거든요. 언급할 가치가 없지만 굳이 언급을 한다면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정관용> 강제구인을 당하든 어쨌든 재판 진행은 마무리까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정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고소한 변호인으로서는 당연히 유죄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실 텐데 그렇게 되면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형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 김정호> 일반적인 경우야 사자 명예훼손 자체가 아주 크게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명예훼손해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사례를 비춰보면 이게 역사적 왜곡을 통해서 또 국민 전체적인 큰 혼란을 준 사안이거든요. 사인 간의 사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명예훼손이 된 게 아니고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 정서라든가 여러 가지 분열을 초래했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이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한 가지 제가 덧붙이자면 전두환 씨 측에서 항상 계속 똑같은 하는 말이 자기 의견을 밝혔을 뿐이라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문제 삼는 것은 5. 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라고 의견을 개전했다면 그 부분까지는 그게 극소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저희가 문제 삼는 것은 의견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의견 표현의 전 단계, 팩트, 북한군 개입을 한 사실이 없는데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자꾸 얘기하는 것. 헬기 사격이 있는데 헬기 사격이 없다고 우기는 그 팩트를 언급하는 것인데 자꾸 똑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해석해서 엉뚱하게 언급을 하니까요, 해명을.

◇ 정관용> 알겠습니다. 또 요즘 논란이 되는 게 국립 묘지 안장 문제인데 최근 어떤 여론조사는 국민 61%이상이 반대한다, 이런 결과가 나왔던데 우리 변호사님이나 5월 단체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 김정호> 지금 사실은 그 가해자가, 민주주의를 파괴한 분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고 하면 모순이 아니겠습니까? 이거에 대해서 지금 토론회도 열리고 아마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걸로 알고요. 사실은 가해자가 묻힐 수는 없겠죠. 민주유공자가 묻혀 있는데 바로 그 가해자가 묻힌다는 것은 모순 아니겠습니까? 어떻게든 모순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와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김정호> 네.

◇ 정관용> 민변 광주전남지부장 김정호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