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4일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헬기장 등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2017년 대선 주요 공약이었던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당 일부에서는 광화문 집무실 추진이 무산되자마자 청와대 세종실 집무실 설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에 제2의 집무실을 만들어, 대통령 집무실을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에 배치하자는 광화문 집무실 공약의 취지를 살리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광화문 집무실 대신에 세종 집무실 추진을 생각해 본다"며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중앙권력이 서울이 아닌 지역의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간도 생각해 본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충청권 의원들은 이미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라며, 당내 지도부도 어느 정도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당내 논의가 더 필요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 대신 '세종시 대통령 시대'로 가자고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공개적으로 청와대의 문제에 대해 의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임기 시작부터 세종시의 국회 분원 추진을 줄곧 주장해온 만큼 청와대 분소 설치 또한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2017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공약이었던 '세종의사당 설치를 적극 추진해 달라'고 요구 한 적 있어,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 완성에 적극적이다. 때문에 이번 광화문 집무실 이전이 무산된 김에 청와대 세종 집무실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10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광화문 대통령 공약 무산에 대한 해명과 함께 세종시에 청와대 분소를 만드는 안에 대한 의견 표명이 나올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종시 청와대 제2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통일 시대도 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서 좀 더 길게 크게 봐야 되는 문제도 또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금 시간을 두고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것이 저는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일이 되면 세종시 집무실은 상대적으로 중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논의가 떠오르는 이유는 행정수도의 역할 강화 뿐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청와대의 물리적 거리로 인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외교부 등 몇몇을 제외한 주요 행정 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주요 정책 결정 기관인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떨어져 있어 비효율성이 큰 상황이다. 또 올해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전을 하게 돼, 비효율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에 입주해 있는 행정기관들이 서울로 오고가는 출장비만 하루 평균 7700만 원, 연간 2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행정.사회적 비용 또한 연간 2조 8천 억∼4조 880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회도 세종시 분원 설치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는 올해 예산안에 관련 예산 10억 원을 배정하고, 연구 용역을 진행할 사업자를 공모 중이다. 이미 세종시 내 후보지 2∼3곳도 검토 중에 있다.
다만, 여야의 뚜렷한 합의안이 있다거나 세종의사당 설치 논의에 있어 위원회 등 안정적인 논의 틀이 갖춰지지 않아 추진에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또 완전한 이전을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도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면 권력구조 개편 논의와 함께 청와대 이전 논의 그런 것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무산됐다"며 "아직 논의의 안정적 틀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일관 되게 행정수도 만들어야 한다는 계획이고, 국회 분리 구조가 장기적으로 국가 효율성 저해하기 때문에 국회 등 주요 기관 이전은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