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대표팀 숙소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벤투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태극전사들이 모여 조촐한 환송회 자리가 열렸다.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염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표팀을 떠나야 하는 나상호(23·광주)를 위로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2 득점왕(16골)이자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리스트인 나상호는 지난해 11월 벤투 감독의 호출을 받고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나상호는 한발 더 나아가 포지션 경쟁자인 문선민(인천)과 이승우(베로나)를 따돌리고 아시안컵 최종 명단 23명에 이름을 올리면서 성공 가도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달 울산 전지훈련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나선 나상호는 지난달 23일 UAE 아부다비 전훈 캠프에서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쳤다.
꽃길을 걷던 나상호에게 불운이 엄습했다.
나상호는 지난달 28일 팀 훈련 도중 슈팅을 하다가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를 다쳐 재활조로 빠져야 했다.
이후 재활조에서 꾸준히 부상 치료에 나선 나상호는 마침내 지난 5일 팀 훈련에 복귀, 아시안컵 출전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부상 상황을 종합한 결과, 나상호가 경기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벤투 감독은 중대한 결정을 했다. 나상호 대신 같은 포지션이자 최근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우로 교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시안컵에서는 팀 첫 경기 킥오프 6시간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6일 오전 나상호에게 교체 소식을 알렸고, 나상호는 아쉬움 속에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점심 식사 시간에 모두 모여 그동안 수고한 나상호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아직 23살의 젊은 나이인 나상호에게는 시련이었지만 이번 훈련은 그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보약이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나상호의 유니폼에 전원 사인을 남겼다. 지금까지 훈련했던 순간들을 잊지 말자는 마음의 표시였다.
나상호는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 두바이 공항에서 예비명단으로 함께 훈련했던 이진현(포항)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벤투호와 작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