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바람은 거셌다'…韓 아시안컵 우승 도전기

중동팀에 번번히 고개를 떨궜던 한국 축구
최상의 전력으로 모래바람 잠재우고 우승 노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역사의 시작은 한국이다. 1956년 홍콩에서 열린 1회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리고 한국은 4년 뒤 안방에서 열린 2회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뽐냈다.


하지만 한국과 아시안컵의 인연은 딱 여기까지였다.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아시아의 맹주'라는 타이틀도 어색한 위치까지 내려왔다.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던 한국의 도전은 번번히 중동의 모래바람에 묻혔다.

1960년 우승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오른 한국. 연장 혈투 끝에 결국 이란에 1-2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4년 뒤 1976년 대회에선 예선 탈락의 쓰라린 결과를 맛봤고 1980년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개최국 쿠웨이트에 0-3으로 완패해 또다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중동팀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한국은 1988년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승부차기 접전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해 준우승 기록만 늘어났다.

악연의 절정은 바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전 세계에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준 주축인 황선홍, 서정원, 홍명보 등이 나섰지만 조별리그부터 삐걱댔다. 그리고 힘겹게 오른 8강에서 이란에 2-6으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한국 축구의 위기론까지 나온 충격적인 결과였다.

아시안컵 우승으로 위상을 회복할 필요가 있던 한국 축구. 그러나 원하는 바는 이뤄지지 않았다. 2000년과 2007년, 2011년 모두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승의 기회는 2015년 호주 대회 때 찾아왔다.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개최국 호주와 우승컵을 다툰 한국.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자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결국 1-2로 패해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4년이 지난 한국은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59년 만의 우승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팬들의 기대감도 높다. 한국은 지난해 8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7경기 연속 무패(3승 4무) 행진을 벌이고 있다.

기성용(뉴캐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베테랑과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손흥민, 황의조(감바 오사카). 여기에 황인범(대전), 나상호(광주) 등 젊은 피들이 가세하면서 팬들 역시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한국이 UAE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통산 세 번째 우승으로 '아시아의 맹주' 명성을 되찾으려는 한국 축구.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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