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라레푸블리카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한 외교 소식통으로부터 "조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기다리는 동안 '이탈리아 정보기관들에게 도움과 보호를 요청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대사관을 이탈한 조 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 중순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보당국 수장들이 미국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의 신병에 대해 은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탈리아 정보당국이 조 대사대리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은 즉시 이를 미국에 알렸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 대사대리의 이탈과 잠적 사실이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비밀스럽게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서 잠적 소식이 처음 공개되면서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됐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양측의 조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보당국인 정보안보원(Sisde)의 알프레도 만티치 전 원장 역시 일간 '일 메사제로'에 "이탈리아가 조성길 대사대리의 잠적 및 망명 절차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했고, 잠적 초기의 부담을 감당했을 것"이라면서도 "이후 그와 그의 가족이 미국 등 제3국으로 이미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다.
한편, 미 언론들은 이번 사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년간 전례 없는 외교적 손길을 내민 뒤 국제적 지위를 가진 합법적 정상으로서 위상을 다지려던 김정은 위원장에게 굴욕적 일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북한 엘리트 출신 고위직의 망명은 서울, 워싱턴과의 외교를 추구하며 '국제적 정치인', '지정학적 플레이어'의 면모를 드러내려고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골칫거리일 것"이라며 이 사안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 자체가 두통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16년 8월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에 대해 '인간쓰레기'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권의 약점이 부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가혹한 비판을 자제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