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김옥배 부지회장,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등은 지난 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13시간에 걸쳐 교섭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섭을 마치고 나온 차 지회장은 "스타케미칼부터 파인텍까지 오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있고, 김세권 사장이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하지만 김 사장이 책임지는 부분이 없어 근본적으로 교섭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지난달 27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세 차례 교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동안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75m 높이의 열병합발전소 굴뚝 꼭대기에서 419일째 사상 최장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차 지회장 역시 지상에서 26일째 단식 투쟁을 계속하며 교섭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2007년 파산한 섬유가공업체 '한국합섬'을 인수해 '스타케미칼'이라는 자회사로 재가동했다.
그런데 인수 당시 공장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조, 단협을 모두 승계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사측은 1년 8개월 만에 노조에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공장을 중단한 채 회사를 분할매각하겠다며 권고사직까지 요구했다.
당시 공장 가동중단과 함께 선출된 노조 집행부는 권고사직을 받아들였지만, 기존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일부 노동자들은 '해고자복직투쟁위'를 꾸려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굴뚝 농성에 나섰다.
당시 굴뚝에 오른 인물이 현재 단식 중인 차 지회장으로, 경북 구미시에 있는 스타케미칼 공장 45m 높이 굴뚝에 올라 408일 동안 버티면서 당시 사상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까지 세웠다.
장기 농성 끝에 2015년 7월, 노사는 스타케미칼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제3의 신규 법인', 즉 현재의 파인텍을 세워 공장을 가동해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또 농성을 벌이던 '해복투' 노조를 인정하고, 이들과 새로운 임금단체협약을 맺어 생계 및 생활을 보장하기로 했다.
당시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만든 새로운 회사가 바로 '파인텍'으로, 2016년 1월부터 '해복투' 노동자들도 일터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측은 기한까지 정해 약속했던 임단협을 차일피일 미뤘고, 복귀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월급만 줄 뿐, 수당 등을 받을 수 있는 일감은 거의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노조원들이 받던 월 수령액은 겨우 120여만원. 사측은 유독 이들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노조 측은 사실상 제발로 공장을 떠나게하려는 술책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반발한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자 사측은 공장의 기계를 빼고 공장부지 임대를 중단하는 등 공장을 폐쇄하고, 기존 공장터에 새 사업체를 입주시켰다. 2015년 7월 합의가 완전히 틀어진 셈이다.
결국 2017년 11월 12일, 앞서 차 지회장의 굴뚝 농성을 지상에서 도왔던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사측이 3승계 합의사항(노동조합, 단체협약, 고용)을 이행하라며 스타플렉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400여일을 넘긴 지난달 2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장을 직접 찾아 여론의 관심을 모았고, 28일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방문해 '파인텍'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성탄절로 409일째를 맞아 기존 기록을 경신하자 노조와 연대를 유지했던 종교계가 중재에 나서면서 고공농성 411일 만인 지난달 27일 노사 교섭을 시작했다.
현재 노조 측은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를 통한 조합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애초 11명으로 시작했던 해복투 인원은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견디다 못해 지상 3명, 굴뚝 위 2명 등 총 5명만 남았다.
하지만 사측은 "스타플렉스를 통한 직접 고용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5명의 노조원을 고용하기 위해 급조된 파인택을 큰 폭의 적자를 감수하며 계속 유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본사가 이들을 고용하기에도 노사 대립이 부담스럽다는 속내다.
이처럼 직접고용 등 기존 합의사항을 지켜달라는 노조와, 직접고용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향후 교섭에도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