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저런 현장 보안대책… 실무자들 "별 효과 없어"
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강북삼성병원에는 정신과가 있는 3층과 현관 로비에 청원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일부 다른 병원들도 자체적으로 보안요원 순찰 등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현장에서도 의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A(24)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건 이후 인력을 다소 보충해서, 정신과 쪽으로 집중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도 "보안업무이면서 병원 안내 서비스 등도 겸하고 있고, 손에 무전기 하나만 가지고 근무한다"며 "상황이 터지면 흔히 말해서 몸이나 인원수로 때운다는 느낌이다"고 했다.
"멱살을 잡히는 일은 종종 있는데, 멱살만 잡았다고 해서 환자가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웃다가 흉기를 드는 환자가 나올 수도 있지 않냐"고 A씨는 한숨지었다.
그나마도 작은 규모의 병원에는 일일이 청원경찰이나 보안요원을 배치하는 게 비용 등의 문제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병원 정신병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B(27)씨는 "사건 이후 분위기가 뒤숭숭하긴 하지만 생활지도를 하는 생활지도사가 있을 뿐, 보안요원도 따로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수칙이 있긴 한데 1:1 면담을 진행할 때 무조건 문 쪽에 있다가 위험해지면 도망가는 것 정도"라며 "평소 볼펜이나 가위는 개수를 일일이 세어 관리하고, 사건 이후 서로 조심하자고 말하긴 한다"고 전했다.
이런 도구들로 자해나 타해를 할 수 있어 '알아서 조심'한다는 게 B씨 설명이다.
◇ 여론 커지자 대책 논의… 이미 발의된 법은 낮잠만
이날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병원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긴급회의를 열고 안전한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TF를 구성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자고 합의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나오는 금속탐지기나 보안검색대 같은 것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에도 복지부는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거나,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 본인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관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북 영양군에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숨지고, 서울 성북구에서 조현병 환자가 노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강력범죄가 잇따른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추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정신질환자는 본인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퇴원 사실을 보건소에 통보하도록 하고,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거쳐 1년 안팎의 외래치료도 시·군·구청장이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현재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본인 동의를 받아 환자의 퇴원 사실을 보건소에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본인이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정신보건건강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추적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