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험, 어디 갔냐고요?" 박지수의 남모를 고충

'국보 센터의 드리블' KB 센터 박지수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농구 진출과 아시안게임, 농구월드컵 등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휴식 없이 맞은 올 시즌 KB의 선두권 경쟁을 이끌고 있다.(사진=WKBL)
청주 KB 센터 박지수(21·196cm)는 지난해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2017-2018시즌을 마친 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했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으로도 출전해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 농구월드컵에도 나섰다.

쉴틈도 없이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 돌입했다. 박지수는 2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홈 경기로 올 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박지수는 양 팀 최다인 13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알토란 14점으로 65 대 62 연장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KB는 13승5패, 2위로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게 됐다. 1위 아산 우리은행(15승3패)과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

경기 후 박지수는 전반기를 마친 소감에 대해 "1, 2년 차 때는 정말 시간이 너무 안 간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올 시즌은 벌써 전반기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며 프로 3년 차의 여유를 드러냈다. 이제 신인의 티를 벗고 어느덧 팀과 WKBL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지수다.

박지수는 데뷔 전부터 초고교급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2016-2017시즌 프로 무대를 밟은 박지수는 부상으로 비록 22경기만 뛰었지만 10.4점 10.3리바운드 2.8도움 2.2블록슛으로 팀을 플레이오프(PO)에 올리며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2년 차 때는 35경기 전 경기를 소화했고, 평균 출전 시간이 35분을 넘을 만큼 팀 주축으로 성장했다. 14.2점 12.9리바운드 3.3도움 2.5블록슛 등 MVP급 기록으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다.

박지수가 지난해 WNBA 라스베이거스 소속으로 경기를 뛰는 모습.(사진=게티이미지/노컷뉴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박지수는 WNBA까지 진출했다. 2018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뽑힌 뒤 트레이드로 라스베이거스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주전은 아니었지만 32경기 평균 13분을 뛰며 2.8점 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프로 3번째 시즌을 맞는 박지수는 빡빡한 일정에도 팀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박지수는 18경기 평균 34분37초를 뛰며 12.6점 12.7리바운드 3.7도움 2.2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이런 박지수도 고민이 없지 않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따른 몸의 피로감도 있지만 마음의 부담이 더 크다. 프로 3년 차에 WNBA까지 경험한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

박지수는 "시즌 전 그래도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부족한 모습에 많은 분들이 실망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올 시즌 박지수는 리바운드와 블록슛 전체 1위에 팀 공헌도도 단연 1위지만 득점 등 지난 시즌보다 수치가 살짝 줄었다. 실책도 데뷔 후 가장 많은 3.11개를 기록 중이다.

사실 KB는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더욱 성장한 박지수 때문이다.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과 치열한 1위 경쟁도 펼쳤다. 그러나 지난달 중하위권 팀들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면서 휘청거렸다. 팀 간판으로서 박지수의 고민이 깊었던 이유다.

'언니, 그만 뛰어다녀요' 박지수는 비슷한 신장의 선수끼리 경쟁하던 WNBA를 경험했지만 정작 최장신으로 뛰는 WKBL에서는 지난 시즌보다 기록이 월등하지는 않다. 우리은행 김소니아 등 다른 선수들이 기동력으로 승부하기에 고전하는 경우가 적잖다.(사진=WKBL)
WNBA를 경험했다고 기록이 껑충 뛰기는 어렵다. WKBL에는 남모를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사실 WNBA는 비슷한 체격의 선수와 몸싸움을 하기에 위만 신경쓰면 된다"면서 "그러나 WKBL은 상대적으로 작은 선수들이 밑에서 힘을 쓰기 때문에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WNBA를 뛴 게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장신 타이틀이 굴레가 되기도 한다. 박지수는 "큰 키는 물론 농구에서 장점"이라면서도 "하지만 힘든 점도 있다"고 말한다. "올 시즌 2쿼터는 국내 선수만 뛰는데 여간 수비가 어려운 게 아니다"면서 박지수는 "앞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때문에 따라다니느라 지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특유의 쾌활한 성격답게 반등을 다짐했다. 올스타 휴식기를 계기로 달라질 것이라는 각오다. 박지수는 "이전 시즌도 휴식기 이후 더 좋아졌다"면서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좀 쉬면서 더 영리하게 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강 우리은행을 넘겠다는 설욕의 다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박지수와 KB는 우리은행에 속절없는 3연패를 안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는 2승2패. 박지수는 "최근 두 번 우리은행을 이겼지만 1, 2점 차 승부였다"면서 "2라운드(6점 차 패배)처럼 우리은행에 큰 점수 차로 패배를 갚아보고 싶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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