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지 교환한 北·美···향후 우리 정부 중재역할 커지나

트럼프 대통령, 北신년사에 하루도 안돼 화답
신년사로 드러난 분명한 북미 이견···어떻게 좁힐까
전문가들 "北의 실질적 비핵화 설득해야"
신년사서 언급된 '다자협상'···보다 복잡한 방정식 속 중재역할 커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 이동하는 모습. (사진=백악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부터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서로 교환하면서, 북미 간 대화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은 여전한 상태여서 향후 협상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 상호 대화 의사 교환한 北·美···대화 재개 가능성↑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도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제든지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에 즉각 화답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가 조만간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는 지난해 11월 8일 고위급 회담이 한차례 취소된 이후 두달이 지나도록 향후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태인데, 올해 들어 양 정상이 뜻을 교환한만큼 대화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 자체는 높아진 것이다.

다만 문제는 북미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조치를 취했는데도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대북 경제 제재를 더욱 조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생각차가 뚜렷한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것도, 결국 현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를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북 스스로의 인식이 깔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년사 발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신년사 통해 남측에 우회적으로 '역할' 강조한 북한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해야한다"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조건 없는 재개를 시사한 것은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도 읽힌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에 담겨있지 않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대북 제재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발전을 명분으로 내걸면서 문 대통령에게 국제사회를 향한 중재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년사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관계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 간 협력사업으로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면서 "다만 안보리 제재 예외 인정 등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할 수 없으니 결국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우리 정부, 적극적으로 北설득 나서야···다자체제 속 논의도 염두에"

전문가들은 비핵화 협상이 구체화될 수록 우리 정부가 보다 정교한 중재자의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갈수록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 북한을 국제사회가 만족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로 나서도록 설득해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북한이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우회로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보였고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량권이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국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제적이고 선도적인 비핵화'를 해나가도록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을 내놓고 이후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한 것 역시 우리 정부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평화체계 협상에서 중국의 참여를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원하지 않는 미국과 북중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

고유환 교수는 "다자 협상의 틀 안에서 발전적인 대화를 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 정부의 역할이 일단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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