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살해는 예고된 비극...망치 휘두르고 불 지르기도"

의사-환자 서로 믿고 진료하는데...
'정신질환 때문'으로 확정해선 안돼
미리 흉기를 소지한 부분, 계획 범죄?
응급의료법 통과됐으나...실효성 ↓
헌신적이었던 故 임세원 교수..비통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종혁(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홍보 이사)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의사.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세원 교수입니다. 조울증을 앓고 입원 치료를 이미 받았던 환자예요. 그 환자가 1년 만에 다시 병원에 찾아온 겁니다. 예약도 없이 찾아와서는 진료를 해 달라. 그래서 이 의사는 예약에는 없지만 진료를 해 주겠다 해서 12월 31일 마지막 환자로 이 환자를 본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진료실의 문을 잠그고 33cm 길이의 흉기로 임 교수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임 교수는 진료실 내의 대피 공간에 숨었다가 바깥의 간호사들이 걱정돼 대피시키리려고 진료실 밖으로 나왔는데 이 남성, 임 교수를 쫓아온 겁니다. 그리고는 흉기로 가슴을 찔렀습니다.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이 30대 남성 범행 동기에 대해서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 기막힌 일입니다. 응급실 폭력이야 종종 우리가 접했습니다마는 이렇게 외래 진료 중에 일어난 폭력. 그것도 사망 사건으로 이어진 건 글쎄요. 요사이 처음 듣는 뉴스입니다.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대한의사협회의 박종혁 홍보 이사 만나보죠. 박종혁 이사님, 나와 계세요?

◆ 박종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참 새해 벽두부터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요.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 의료인들. 특히 동료들은 충격이 상당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박종혁> 정말 연말에 너무 당황하고 말이 안 나왔죠. 너무 안타깝고 너무 비통한 마음이고요. 그런데 솔직히 진료실은 기본적으로 환자분들이 아파서 오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즐겁게 오시는 건 아닙니다. 항상 불편하게 오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좀 예민해지시는 건 있지만 이런 일까지 벌어진 건 너무너무 마음이 아픈 거죠. 진짜 너무 슬프다는 얘기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김현정> 이 사건을 보면서 의문을 갖는 게 환자가 흉기를 꺼내들었는데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건가. 특히 정신과 같은 경우에는 CCTV나 호출 버튼 같은 게 책상 밑에 있는 걸로 아는데.

◆ 박종혁> 사실 대형 병원 같은 경우는 진료실 대피 공간이나 긴급벨 같은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실 우리가 환자 의사와 관계없이 모두 소지품 검사를 다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요. 결국은 의사, 환자의 신뢰 관계로 진료를 보는 거니까 궁극적으로는 이걸 근본적으로 모든 걸 예방할 수 있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소지품 검사한 다음에 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 위험에는 노출될 수밖에 없다.

◆ 박종혁> 네.

◇ 김현정> 믿고 보는 방법밖에 없다.

◆ 박종혁> 일단은, 궁극적으로는 신뢰 관계로 볼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요. 지금 통계를 보니까 2017년 한 해 동안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신고된 사건만 890여 건. 특히 정신과 의료진의 경우는 94%가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통계가 나와 있더라고요. 일반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겠고 특히 또 그중에서도 신경정신과에 특화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박종혁> 저도 이 사건 때문에 정신과 선생님들하고 얘기를 좀 많이 해 봤는데요. 물론 정신과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더 특수성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특이 질환이 있다고 해서 더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건 조금 더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러기는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오히려.

◆ 박종혁> 그래서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정신 감정을 확실하게 해 봐야 정확한 판단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요.

◇ 김현정> 이번 건은 정신 감정을 확실하게 해 봐야 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박종혁> 지금 아직 정신 감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 감정을 해야 진짜 이 환자가 단지 심신 미약이나 이런 질환과 관련된 건지 아니면 다른 2차 원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유가 있는지는 더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정신과 의료진들하고 의사들하고 얘기를 나눠보니까 그 부분이 참 딜레마다. 이분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지금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오시는 거잖아요.

◆ 박종혁> 그렇죠.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항상 좀 어쩔 수 없는 부분. 어떻게 다른 환자들보다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그냥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될 수는 없으니 이걸 어떻게 해야 되는지 늘 딜레마다.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박종혁> 네, 맞습니다. 또 추가적으로 정신과 쪽은 입원 기준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좀 더 디테일하게 좀 더 논의가 돼야 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단지 정신 질환자기 때문에 사고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정신과 의료인 분들이요? 왜 그렇습니까?

◆ 박종혁> 이번 같은 경우는 완전히 계획을 해서 들어간 거잖아요. 아까 얘기드렸던 것처럼 예를 들어서 정신 분열이라든가 이런 환자들은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그러기 어려워서.)

◇ 김현정> 칼을 가지고 들어간 거. 그러니까 우발적으로 진료하다 갑자기 손이 나간 것하고는 다른 상황이다?

◆ 박종혁>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단지 정신 질환자여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야기를 조금 넓혀보죠. 신경정신과는 그렇고, 다른 과까지 쭉 보면 지금 의료계의 현실이 어떤가요, 폭력에 대한?

◆ 박종혁> 이번에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이 통과가 됐습니다. 응급실의 폭행은 이전부터 많이 논의가 돼서 이번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서 이번에 법도 통과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해서는 제대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정말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법도 통과됐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의료 기관 전체, 다른 데도 환자. 일반 외래에서도 환자 다 보거든요. 그 부분은 결국 의료법에 관계된 문제입니다. 여기서도 의료인 폭행 방지에 관한 조항이 있기는 한데요. 실효성이 조금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반의사 불벌죄이고 처벌도 좀 약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이 부분도 같이 개정하려고 했는데 이 부분은 계류된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들어오는 환자들한테 금속탐지기를 지나서 온다든지 소지품 검사한다든지 이렇게는 할 수 없으니까 결과적으로는.


◆ 박종혁> 예방은 한계가 있습니다.

◇ 김현정> 한계가 있으니까요. 결국에 사후에 처벌이라도 강화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못하게 해야 되는데 지금 처벌이 응급실의 경우는 조금 강화가 되지만 이번처럼 외래 진료실의 경우, 수술실의 경우. 이런 경우는 여전하다는 거군요.

◆ 박종혁> 반의사 불벌죄 같은 경우에는, 아시겠지만 (환자 분들이) 다 동네분들이시거든요. 저도 개인적인 경험이 예전에 응급실에 조금 있어봤는데 진료도 하다 보면 간호사 같은 경우는 맞거나 폭언, 폭행을 들어도요. 특히 여성분들이잖아요. 이분들은 절대 고발 안 합니다. 어차피 합의 보면 된다는 걸. 이게 반의사 불벌이기 때문에 간호사에게 결국은 암묵적인 압박을 주는 거거든요. 그러면 결국 공권력이 강하다고 생각 안 하면 다 포기합니다. 나중에 후환이 두렵기 때문에.

◇ 김현정> 후환이 두렵기 때문에. 그리고 동네 병원 같은 경우에는 다 동네 소문날 거고 이러니까.

◆ 박종혁> 그렇죠. 그래서 결국은 한마디로 진료실 내, 즉 의료 기관 내에서 폭력이 이루어지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런 공감대가 조금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은 어느 정도 실효적으로 처벌이 좀 있어야만 정말로 이런 의료 기관에서는 폭력은 있어서는 정말 안 되겠구나. 물론 다른 데도 마찬가지지만 더욱더 의료 기관 내에서는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그런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여러 자료들을 많이 수집하고 사례들을 수집하셨을 텐데요. 어떤 것들 좀 충격적인 것들 들어 보셨어요?

◆ 박종혁> 외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까지 너무 충격적이게까지 가지는 않아서 그렇지 불과 몇 달 전에는 망치를 들고와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고요. 불을 지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불을 지른 경우도 있었고요.

◆ 박종혁> 이런 것들은 다 외래에서 있었던 것들이거든요. 물론 응급실은 워낙 전쟁터니까 그렇다 하지만 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분들이 편한 마음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대책이라고 하면 사후에 처벌 강화. 할 수 있는 게 CCTV라든지 버튼 설치. 이 정도밖에는 없는 거예요, 사전에 할 수 있는 건?

◆ 박종혁> 결국은 신뢰로 보는 겁니다. 의사, 환자 간 서로 믿고 보는 거기 때문에 사전에 소지품 검사를 한다든지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31일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김현정> 지금 임 교수의 죽음이 더 안타까운 건 임 교수님이 우울증 치료의 명의였습니다. 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우울증에 있어서는 대단한 연구를 해 온 분이었고 자살 예방 프로그램의 개발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많이 애도하고 슬퍼하고 계시는 거죠?

◆ 박종혁> 우리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만한 분들이잖아요. 제 주위의 분들 특히 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충격이 크시더라고요. 정말로 우리 흔히 말할 때 헌신하는 분들 있잖아요. 항상 환자에 대해서 헌신하고 본인이 또 우울증에 걸리셨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임 교수님 자신도 걸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환자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일했다. 이런 이야기 들었어요.

◆ 박종혁> 정말로 너무너무 마음 아파하시더라고요, 그 지인분들이요. 그리고 아까 책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번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제목에서도 본인의 절실함이 되게 느껴지더라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종혁> 지인분들께서는 정말로 너무너무 마음 아파하시더라고요. 정말 헌신하시고 흔히 말할 때 의사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그런 분이셨다고 들었습니다.

◇ 김현정> 추모하고 애도하는 것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철저한 대책까지도 이번 기회에 마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박종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이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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