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중계된 2019년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전세계 지도자 중 한 사람이라는 면을 부각시키며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논조로 담담하게 신년사를 발표했다.
◇ "70여년 민족분열 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
김 위원장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남북관계의 획기적 대전환으로 평가하고 매우 만족한다고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지난 한 해 진행된 남북관계 개선사(史)를 "70여년의 민족분열 사상 일찍이 있어 본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라고 표현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서는 "북남 사이의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남북 군사당국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잠재한 우발적 충돌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9월 합의된 군사합의서가 사실상 불가침선언이라고 대내외에 역설하면서 추가적인 긴장완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한 해 동안 북남관계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들은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고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줬다", "뜻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불신과 대결의 최극단에 놓여 있던 북남관계를 신뢰와 화해의 관계로 확고히 돌려세운데 대해 대단히 만족한다" 등의 언급 역시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남북간 교류협력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온 겨레가 관계개선의 덕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적극 주문하기도 했다.
"개성공업기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관계개선의 실질적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현재 일부 중단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완전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균열의 불씨를 남긴 것은 우리 정부의 과제로 남게됐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의 긴장 근원이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는 게 우리 주장"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사실상 수용 입장을 내비친 것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나는 지난 6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익한 회담하며 건설적 의제 나눴으며 서로가 안고 있는 우려와 뒤엉킨 문제 해결의 빠른 방도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뒤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 협상라인에서 '핵시설 리스트 제출'과 '대북 제재 일부 완화' 선후 관계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가운데, 이를 돌파할 '탑다운 방식'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 적극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6·12 조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 수립, 조선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천명한 것도 단순한 비핵화 의지표명을 넘어 성과 도출을 위한 대미(對美) 메시지로 분석된다.
"역사적인 첫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은 지구상에서 가장 적대적이던 조미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는 조미 두 나라 사이 불미스러운 과거사 계속 고집하며 또한 끌고 갈 의사 없다" 등의 표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내실있는 비핵화 논의 촉구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올해 북남관계가 대전환을 맞은 것처럼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 거라 믿고 싶다"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상응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만 끌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낮은 단계의 경고성 발언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 약속을 안 지키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며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우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 압박으로 나가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 수호하고 조선반도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선반도와 지역의 정세 안정은 결코 쉽게 마련된 것 아니며,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나라라면 현 국면을 소중히 여겨야 할 공동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간 관계개선 조치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척되지 않은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점을 사전에 각인시켜 미국을 향해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의 의미는?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개인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주장했는데, 핵실험 중단을 넘어서서 핵무기 생산도 중단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계속함으로써 2020년에 가서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고 북미 협상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부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총평하는 문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육성으로 직접 언급하고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평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신년사(공동사설)에서의 ‘비핵화’ 언급은 '95년(‘미국의 기본합의문 성실 이행이 조선반도 지대의 비핵화 실현으로 연결’), '09년~'11년(‘조선반도 비핵화 입장·의지 불변’) 이후 8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