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화예술 교류, '봄은 왔으나, 가을은 아직'

[2018 문화연예 결산 ③ 공연계]

지난 4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 후 출연진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얼어붙은 남북 문화교류에 봄바람

냉랭하던 한반도 정세에 봄바람 불었다. 계기는 올 2월 평창 올림픽이었다. 북측의 올림픽 참가와 함께 우리에게는 생소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축하 공연을 위해 찾아왔다. 이후 우리 가수들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로 이어지면서 시대가 바뀌었음을 절감케 했다.

예술단체와 문화재단 등의 북측을 조명하는 강연과 공연을 활발히 올랐다. '안은미의 북.한.춤', 서울예술단 '국경의 남쪽', 국립극단의 '오슬로', 이경성 연출의 '러브 스토리' 등이다. 남북교류 재개와 무관하게 사전 준비된 작품도 있었으나, 시기와 맞아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공연예술 남북교류 아카데미'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21세기 북한의 예술'이라는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국립국악원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북한 전통음악 연구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북한 토속민요의 체계적 연구 및 재현공연' 지원이라는 지정과제를 내고 공모를 했다.

아쉬운 점은 당초 10월 중 서울서 예정했던 북측 공연단의 '가을이 왔다'가 해를 넘기는 지금까지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경색 같은 안 좋은 이유로 인한 지연이 아니라서, 내년 중에는 공연이 열리고 이를 기점으로 정기공연의 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북측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극단은 2019년 사업으로 '북한현대연극 톺아보기'를 한다. 북한 현대 연극을 소개하고 작품별 특성을 살펴보는 사업이다. 국립극단은 이 사업을 시작으로 남북 연극 교류를 점진적으로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2월 19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문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문화예술계 강타한 미투는 이제 시작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던 '미투'(나도 고발한다). 이 중 연극계는 가장 뜨겁고 치열한 곳이었다. 2018년 한 해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미투'는 시작점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인 이슈이다.

시작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었다. 한국 연극계의 큰 어른이자 대부로 추앙받던 그가 자신의 절대적 권력을 이용해 후배 연극인들에게 상습적인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후 연극계 내에서 오태석, 조재현, 조민기, 윤호진, 하용부, 남궁연 등에 대한 잇따른 미투가 터져나왔고,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터질 것이 이제야 터졌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어떠한 미투는 법정으로 가기도 했지만, 모든 미투가 그러하지는 못했다. 또한 법정으로 간다 해도 법의 심판을 피해가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전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거나, 피해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또는 무혐의로 마무리되며 사실상의 면죄부를 얻기도 했다. 법의 그물은 생각만큼 촘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투는 공연계 내 작업 방식 등 많은 것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당연시되던 성차별적 작업 방식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게 됐고, 이는 미국의 '시카고 스탠다드'와 같은 자율 규범을 만들려는 시도로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초반보다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미투'는 이제 시작이며, 진행형이고,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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