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1월1일 신년사 발표를 통해 한 해 국정운영 방향을 함축한 대내·외적 메시지를 공표해왔다. 북미 대화 교착 상황이 이어진 만큼 이번 신년사엔 어떤 대미(對美)·대남 메시지가 담길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틀 앞서 우리 측에 연말 친서 형식으로 대화 의지를 먼저 밝혀온 것이다.
특히 '서울 답방 의지'를 내비친 대목을 두곤 연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靑 "김정은, 연내 답방 불발 아쉬워 해…서울 방문 강한 의지 드러냈다"

청와대는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친서 전체를 공개하진 않고, 내용을 요약·의역해 발표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며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한 해에 세 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사이의 오랜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 文 대통령 "새해에 다시 만나길 기원" 화답

그러면서 "진심을 갖고 서로 만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며 "(김 위원장)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며, 새해에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누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진 밝히지 않았다. 인편으로 전달되긴 했지만, 대북·대남 특사 형태의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개성 연락사무소 등에서 전달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연초 답방 가능성 '솔솔'…내일 '김정은 신년사' 주목
청와대가 이를 직접 밝히고, 문 대통령도 만남을 원한다고 SNS에 공개 화답한 건 '새해 초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물밑대화가 어느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도 "그동안 남북은 다양한 기회에 다양한 소통방식으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를 해왔고, 그 기회에 친서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북한은 남북 관계를 풀면서 이 힘을 바탕으로 대미 협상에 들어가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년사에선 서울 답방 내용이 보다 구체화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성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년 1월1일 신년사 발표 일정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대남(對南) 메시지를 전달한 걸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대화도 진척시키겠다는 적극적 의지 표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비핵화 상응조치 관련 강력한 대미(對美) 압박 메시지를 던지기 전, 이 메시지가 남북관계까지 겨냥한 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