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계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진 악조건에 최저임금 등 국내 문제까지 겹치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시장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 "최저임금 수정안 재논의해야"… 성명서 낸 차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27일 성명서를 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 재논의를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 24일, 최저임금법 수정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성명 발표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수정안은 약정 유급휴일 수당과 해당 시간을 동시에 제외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같아 애초 지적된 개정안의 문제점을 실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나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 기준으로 산정하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지만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 결국 내년부터 시급 695원(7.8%)을 더 올려줘야 하는데 완성차 5개사에 총 9,000명이 대상인 것으로 이들은 파악했다.
여기에다 9,000명 외에도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도 함께 올려줘야해 임금체계 전반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결국 임금에서만 7,000억 원이 추가로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는 성명서에서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왔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완성차 업계 노동자 평균 임금은 독일, 일본 등 글로벌업체 임금을 웃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완성차 업체의 1인당 평균임금은 9072만 원으로 도요타(8,390만 원)나 폭스바겐(8,303만 원)보다 많았다.
◇ 美中시장 악재도 겹친 '내우외환'… 내년 전망 더 나빠
자동차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수정안 재논의를 요구한데는 세계 자동차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빠져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국내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차가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침체에 빠진 것도 있지만 세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자체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46개월 연속 성장을 기록하던 중국 브랜드 지리 역시 지난 10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연속 성장이 멈췄다.
2011년 466만 대의 차를 생산하던 한국은 올해 400만 대에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이 13년 째 지켜오던 자동차 생산국 5위의 자리는 지난해 이미 인도에 내줬고 올해는 6위 자리마저도 멕시코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시대적 흐름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의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어 기업들의 추가 투자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 투자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번 수정안은 역행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내우외환에 빠진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내년도 자동차시장 전망이 더 안 좋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0.1%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선 해외에선 미국과 유럽, 중국 등 '3대 시장' 부진에다 중국의 경기둔화, 무역 갈등 지속으로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4.1%)을 기록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할 것으로 봤다.
국내시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1%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국내 업계는 마땅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있고 법인분리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GM은 노조의 반발 등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