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곳곳 숨은 '황금돼지' 찾아보니…곡창지대 많아

전국 112곳 가운데 27곳이 전남, 경남도 21곳…'풍요와 다산' 상징 제물로 쓰여

경남 창원시 돝섬에 있는 황금돼지상.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황금돼지해' 기해년(己亥年)의 주인공인 돼지가 지명에 가장 많이 녹아있는 곳은 어디일까.

국토지리정보원이 30일 새해를 앞두고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돼 고시된 지명은 모두 112곳. 이 가운데 전남이 27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이 21곳, 전북은 16곳, 경북은 13곳이었지만 서울은 한 곳도 없었다. 주로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있는 국토 남쪽 지역에 돼지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해온 돼지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바치는 신성한 제물로 사용된 흔적이 지명 곳곳에도 남아있다.

가령 전북 김제의 '사직'(社稷)은 조선 초기 한발이 심할 때 돼지를 잡아 제사를 올리던 단이 있었던 마을을 가리킨다. 경북 울진군의 '돗진' 역시 기제사에 올리는 돼지 머리를 자르는 돛쟁이가 살았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설화가 깃든 돼지 지명도 여럿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돌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진 뒤 사람들을 괴롭히는 황금돼지로 변했다는 얘기에서 유래됐다. 이 황금돼지는 괴이한 빛이 되어 날아가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됐다고 한다.

경기 이천에 있는 '저명산'(猪鳴山·도드람산)은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 얘기에서 유래됐다. 절벽에서 약초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보니, 몸에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 모서리에 긁혀 끊어질 지경이 됐음을 깨닫게 됐다. 돼지 울음이 효자를 살린 셈이다.

돼지가 꼭 복을 가져다준 것만은 아니다. 강원 삼척의 '돗밭골', 경북 의성군의 '도직골', 경북 문경의 '돌마래미' 등은 길들여지지 않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야생돼지를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마을 형상이 돼지머리를 닮아 붙여진 충남 보령의 '도투머리'나 충남 태안군의 '둔두리, 돼지 귀를 닮았다는 제주 서귀포시 '돌귀동' 등도 흥미롭다.

십이지의 열두번째 동물이기도 한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오후 9~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한다.

지리정보원 관계자는 "2010년 경인년(호랑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집계된 십이지 관련 지명 가운데 돼지는 일곱번째"라며 "우리의 삶이 밀접하게 녹아있는 지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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