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협상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한미 양국은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총액에 대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수뇌부의 지시로 대폭 증액으로 다시 선회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은 차기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2019년 한해)으로 하자는 '이례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이제 다음 협상 날짜를 잡는 것조차 어렵게 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한 협상 스타일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왜 한국이 100%를 부담하면 안되느냐"거나 "우리는 미군이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미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모든 짐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리아 미군 철수 계획이 발표되는 등 직접적인 '실행'도 이뤄지고 있어 위기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연내 타결 결렬과 이라크에서의 관련 발언 등 상황은 결국 더 많은 방위비를 한국이 분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유추까지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50%를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 13년치 인상분을 상회하는 터무니없는 수치다. 또 해마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받은 분담금을 모두 쓰지 못해 수천억원대 잉여금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분담금 인상의 논리는 더욱 초라하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분담금이 적다고도 할 수 없다. 이미 주한미군 예산의 40% 정도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데, 이웃인 일본이 50% 정도이고 GDP 대비 액수로 고려하면 한국이 훨씬 많은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만큼 한국이 상당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마치 미국이 '경찰국가'로서 베푸는 것만 있을 뿐, 얻는 것은 없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미국이 얻는 이득은 분명하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되면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카드인 셈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인식이다. 주일 미군 출신으로 2015년 미일안보협력지침 작성에 참여했던 국제전략가 마이클 보색은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SMA협상에서) 미 협상팀이 지시받은 것으로 보이는 150-200% 인상'은 불가능한 것으로 동맹관리자로서 이는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내부에서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동맹국과의 신의를 '거래'로 격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북한·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물 샐틈 없는 공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 이같은 시점에 미국의 주장은 자칫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 없는 '소탐대실(小貪大失)' 격이 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