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베트남 축구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박항서 매직'을 앞세워 '동남아시아 축구'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내년 1월 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2019 아시안컵에 출전을 위해 27일 오전 베트남을 떠나 중간 훈련지인 카타르 도하로 향했다.
베트남 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담금질을 마친 뒤 UAE로 이동해 아시안컵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박항서호'는 2018년 숨 가쁘게 달려왔고, 베트남 축구의 중흥기를 경험했다.
지난해 10월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 체제로 출발한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에서 역대 처음으로 준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첫 4강 진출의 신화를 쓴 뒤 2018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베트남을 축구의 열기로 물들였다. 말 그대로 '박항서 매직'이었다.
베트남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북한과 평가전에서 1-1로 비기면서 A매치 17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화끈한 2018년을 보낸 '베트남 박항서호'의 다음 도전은 2019 아시안컵이다.
베트남은 그동안 아시안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1956년 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에 동남아시아를 대표해 두 대회 연속 출전했지만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1~2회 대회 때 참가국은 4개팀 뿐이었고, 베트남은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이후 베트남은 1960년 2회 대회 이후 무려 47년 만인 2007년 아시안컵(16개국 출전) 본선에 나섰지만, 공동 개최국(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자격이었고, 공동 개최국 가운데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2011년 대회와 2015년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박항서 감독은 예선 중반부터 지휘봉을 잡아 베트남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나서는 베트남 대표팀에 거는 팬들의 기대감은 엄청나다.
이영진 베트남 대표팀 수석코치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스즈키컵 우승으로 아시안컵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엄청나게 뜨겁다. 팬들의 큰 관심 만큼 대표팀 선수들의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인 베트남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란, 이라크, 예멘과 함께 조별리그 D조에 속했다.
이란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29위다. 이라크는 88위고, 예멘은 135위다.
베트남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10시 30분 이라크와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이란(12일 오후 8시), 예멘(17일 오전 1시)과 잇달아 맞붙는다.
이영진 수석코치는 "베트남의 1차 목표는 16강 진출"이라며 "16강에 나서려면 최소 승점 4 이상을 따내야만 한다. 이란을 꺾기는 어렵겠지만 이라크와 비기고 예멘을 꺾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이라크 악연' 끊기도 베트남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베트남은 2007년 대회 때 8강에 진출했지만 이라크에 0-2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2년 만에 나서는 대회에서 이라크와 같은 조에 편성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이라크를 꺾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영진 수석코치는 "오는 31일 필리핀과 평가전을 마지막으로 내년 1월 4일 UAE 아부다비로 이동한다"라며 "베트남 팬들의 기대가 큰 만큼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