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 문 대통령 통해야 워싱턴 빨리 갈 수 있어"

속도는 완행열차급이지만 철도 상태는 좋아
북측 레일 교체 등 현대화 목적..갈길 멀어
김윤혁 부상 "눈치보지 말고 빨리 진행하자"
북미 2차 정상회담 전 남북이 먼저 판 짜야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종속변수? "이젠 아냐"
트럼프 유화적 발언? 국내 난관 돌파하려는 듯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2월 26일 (수)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정관용> 오늘 오전 열린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역에서 판문역까지 기차를 타고 왕복하신 분이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잠깐 연결합니다.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안녕하세요.

◇ 정관용> 그 기차 서울역에서 타셨죠?

◆ 정세현> 서울역에서.

◇ 정관용> 판문역까지 얼마나 걸려요?

◆ 정세현> 여기에서 떠날 때 우리 출입사무소에서 걸리는 시간이 있고 또 저쪽에 들어갈 때 거기에서도 또 따져야 되니까. 그것 때문에 결국 떠나서 2시간 돼서 도착을 했죠.

◇ 정관용> 열차를 세워놓고 이것저것 서류 절차하고 이래서 그런 거잖아요.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그냥 쭉 달려갔다면 그럼 1시간 이내에 가는 겁니까?

◆ 정세현> 전체 서울역에서 판문역까지가 70km인가밖에 안 되니까 그대로 가면 1시간. 아무리 느리게 가도 1시간이면 충분히 가죠. 시속 70km면 되는 거 아니에요.

◇ 정관용> 우리 새마을호 열차 타고 가셨다고요?

◆ 정세현> 차는 새마을호인데 달리는 속도는 완행열차입니다. 최상, 최고 완행열차였어요.

◇ 정관용> 선로 상태가 많이 불편하죠, 아직도?

◆ 정세현> 연결 구간은 상태가 좋죠.

◇ 정관용> 그래요?

◆ 정세현> 왜냐하면 아까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인데 남북간의 철도 도로가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이미 연결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정세현> 전쟁 때 끊어진 철도들을 2002년에 자제 장비를 줘서 연결을 시켜놨고 2007년부터는 그쪽으로 화물열차도 다니고 했었어요. 개성공단으로.

◇ 정관용> 그랬죠.

◆ 정세현> 그런데 2008년 11월달인가 끊어버렸죠.

◇ 정관용> 11월 28일까지.

◆ 정세현>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끊어버렸는데. 오늘 제가 가면서는 좀 연결돼 있는 구간을 제가 있을 때 연결이 됐는데 통일부 책임지고 있을 때.

◇ 정관용> 장관이실 때.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이강래(왼쪽부터) 한국도로공사 사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등이 서울-평양 표지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 정세현> 네. 연결돼서 감회가 좀 남달랐지만 그러나 앞으로 이게 현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북측 구간에 소위 노반 강화, 레일 교체, 침목 교체. 이런 것이 현대화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이제 우리 고속철처럼 KTX처럼 직선화해야 되는데 그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걸릴 테니까 일단 구부러진 데를 그냥 통과할지라도 레일 교체, 침목 교체, 자갈 같은 걸 빵빵하게 다져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좀 해 주는 거. 그게 총 길이가 한 2000km가 넘기 때문에 양쪽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쪽으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갈 텐데 착공식은 했지만 앞으로 산 너머 산일 것 같아서 별로 그렇게 마음이 홀가분하지는 않았습니다.

◇ 정관용> 갈 길이 멀죠, 사실. 게다가 오늘 착공식은 했지만 당장 공사 시작할 수도 없는 상태 아닙니까, 대북제재 때문에.

◆ 정세현> 오늘은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면 앞으로 착공을 하자는 서약식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오늘 북측 인사들은 행사에서 주로 어떤 얘기를 많이 하던가요?

◆ 정세현> 저쪽의 철도성 부상. 김윤혁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는 철도상 참모장이었는데 한 단계 올랐죠. 어쨌든 부상이라는 사람이 연설을 하는데 이게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좀 적극적으로 나와라, 남쪽이. 이거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하는 것도 미국의 허락을 받아서 하느냐는 그런 식의 일종의 비난 섞인 연설이었었어요. 그런데 이게 핵 문제 때문에 그런다는 생각은 못하는 거고 마치 우리가 미국의 굴종적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듯이 말을 갖다가 이상하게 꼬던데 문제는 누가 일으켰는가. 핵 문제는 누구 일으켰는데. 이러나 저러나.

◇ 정관용> 북한 탓이죠.


◆ 정세현> 그러나 저러나 눈치 보지 말고 빨리 빨리 해 주기를 바란다 하는 얘기는 분명히 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아까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게 비핵화 프로세스가 원만하게 진전이 되어야만 이것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거고.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또 하나는 이제 돈 문제죠. 우리 국민들이 돈만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그 돈보다 한 열 배, 스무 배 경제적 이득이 돌아온다는 생각은 아직은 못 하세요.

◇ 정관용> 손에 안 잡히니까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러면 사실은 정치 지도자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 말고 산 너머 얘기도 해 줄 줄 알아야 되는데 그런 얘기를 해 줘야 할 사람들이 오늘은 또 안 와버렸어요.

26일 오전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 참석자 등을 실은 열차가 북측 개성 판문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북측 열차와 만나 나란히 서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정관용> 그건 그렇고 우리 장관님하고 얼마 전부터 인터뷰 하면 어쨌든 이 남북 정상회담 빨리 또 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해서 한 번 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서 미국이 제재 해제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뭔가 한 번 더 카드로 설득해야 한다. 여러 번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결국 연내 답방은 무산돼 버렸단 말이에요. 연초에는 가능할까요?

◆ 정세현> 연초에는 가능이 아니라 지금 미국에서 저렇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일 때 보이고 있고 오늘 아침 신문 보니까 강경화 장관은 북미 고위급회담이 곧 성사될 것처럼 얘기를 하던데. 그런 분위기로 가고 있다면 북한이 내년 초에 연초죠. 며칠 안 남았지만 연초에 답방을. 신년사 발표해 놓고 답방을 해서 소위 북미 관계를 앞으로 내년도에 풀어나가는 데 남북이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 이거 판을 짜고 가야지. 그런데 제가 얘기하는 것은 그거예요.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미국의 눈치 보지 말라고 우리한테 그런 식의 핀잔만 주지 말고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고위급회담은 날짜나 잡고 그런 거겠지만 북미 정상, 2차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거는 남북이 협조적으로 판을 짜고 그다음에 나가는 게 북한한테 좋아요. 그래서 오라는 거예요.

◇ 정관용>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후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미뤄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정 장관님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시는 거군요.

◆ 정세현> 벌써 북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관점이랄까요. 인식이 뭐냐 하면 남북 관계는 어차피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다라는 식으로 착각을 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김정은 시대로 넘어와서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는 한국이 여러 가지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았어요. 북미 정상회담도 문 대통령 없었으면 안 되는 거지, 그게.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정세현> 그러면 이제는 남한을 통해야만 워싱턴으로 빨리 갈 수 있다 이걸 깨달아야지.

◇ 정관용> 자꾸 북한 쪽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가르쳐주시는데 정 장관님 얘기를 잘 안 들어요, 북한이.

◆ 정세현> (웃음) 글쎄. 자꾸 얘기하면 듣겠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미국이 계속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어찌 보면 좀 갑작스럽게 유화적인 발언들을 내놓는 그거는 배경이 뭐라고 보세요?

◆ 정세현> 그러니까 지금 중간선거 이후에 한때는 트럼프가 별로 그렇게 북한 문제를, 북핵 문제를 국내정치에 소위 레버리지로 쓸 필요 없다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시 또 상황이 좀 바뀌니까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이걸 북핵 문제를 가지고 뭔가 국내정치 상황의 난관을 돌파하려고 하는 그런 어떤 계산이 깔려 있지 않나.

◇ 정관용> 알겠어요. 그나마 이렇게 조금 순풍 탈 때 남북이 더 바짝 노력해서 정말 획기적으로 구조 전환을 할 수 있는 그런 남북 정상회담 조기에 열려야 한다. 이 말씀까지 오늘 듣겠습니다.

◆ 정세현> 북한이 바로 그 판세를 읽어야 돼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읽고 있겠죠. 장관님, 오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네.

◇ 정관용>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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