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행장은 지난주 사장단 인사 뒤 첫 출근날인 이날 취재진에 "당황스럽다"면서 "지주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속내를 밝혔다. 실제로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당연직 회장 후보군으로 통하는 5대 계열사 사장단 중 신한카드 사장만 연임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가도'에 장애물이 될지 모를 유력 경쟁자들을 내친 것이 아니냐는 금융계 일각의 가설과 맞닿는 대목이다. 위 행장은 차기 회장후보로 거론돼왔던 데다, 이미 2015년 신한은행장과 지난해 신한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2차례 조 회장과 격돌한 바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조직의 활력과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회사 CEO 전원을 50대로 구성한 것"이라며 '내부 정치투쟁' 가설에 선을 긋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규정상 퇴임 2년 이내인 CEO도 당연직으로 회장 후보군에 드는 만큼, 위 행장이 후보군에서 배제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서초동발' 오너 리스크가 주요 인사 배경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위 행장은 검찰의 '남산 3억원' 수사에서 수사대상에 내몰릴 수도 있다.
2008년 신한금융 측이 '이명박정권 실세'에게 남산에서 3억원을 건넨 의혹 관련자에게 위 행장이 법정 위증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참고인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한 상태다.
위 행장은 앞서 2010년 '신한사태' 때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쪽에 유리하도록 위증 및 위증교사를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는 앞서 은행장 취임 전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0월말 조용병 회장도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여서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최악의 경우 그룹의 1인자(회장)와 2인자(은행장) 모두 법적 심판대상에 몰릴 수 있는 만큼, 대상을 줄여 경영공백 위기를 막자는 취지다.
상황이 어떻든 내부갈등 촉발 여부는 위 행장의 향후 행보에 달려있으나, 그는 일단 중도사퇴 등 '저항' 없이 인사를 수용하는 양상이다.
위 행장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말을 아끼고 싶다"고 자제했다. 또 "후임 내정자가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경력이 없어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