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인사이드] 북한 인터넷 쇼핑몰, 옥류관 냉면도 주문해 먹는다?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정치부 도성해 선임기자


북한 사회로 깊숙하게 들어가보는 NK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도 통일부를 출입하는 도성해 선임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 임미현 > NK 인사이드, 오늘은 어떤 소식입니까?

◇ 도성해 > 지난주에는 북한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지를 좀 알아봤었는데, 오늘도 계속해서 북한 주민들의 IT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북한에도 인터넷 쇼핑몰이 있을까요?

◆ 임미현 >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들은 것 같긴 합니다만?

◇ 도성해 > 예,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결제한 뒤 배달까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우리처럼 인터넷 쇼핑몰이라고 부르지 않고 '전자상업봉사체계'나 '전자상점'이라고 부릅니다.

북한 매체에는 지난 2015년 4월에 처음 소개가 됐는데,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옥류'라는 인터넷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옥류는 인민봉사총국이라는 곳에서 주관하는 쇼핑몰입니다. 우리처럼 민간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죠.

'옥류' 이후 '내나라', '앞날', '광흥', '은파산' 같은 쇼핑몰이 잇따라 등장했고, 평양 제1백화점이 운영하는 백화점 전용 쇼핑몰도 생겨났습니다.

◆ 임미현 > 백화점 쇼핑몰까지 등장했군요, 인터넷 쇼핑몰은 몇 개 정도 있나요?

◇ 도성해 > 옥류가 만들어진 이후 급속히 늘어나 탈북자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30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인터넷쇼핑몰 '만물상' 메인 페이지 모습. (사진=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그리고 옥류가 첫 선을 보인지 6개월이 지난 2015년 10월에는 '만물상'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가 선을 보였는데, 인터넷 상점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인터넷 쇼핑몰 포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주소는 www.manmulsang.com 인데 북한 내부망으로만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이용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의오늘이나 조선신보 등 대외 선전용 매체들이 평양발로 전한 소식을 보면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지, 어떤 상점들이 입점해있는 지 등을 대략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임미현 > 우리처럼 상품이 다양한가요? 어떤 걸 팔고 있습니까?

◇ 도성해 > 화장품과 의류, 신발, 가방 같은 것은 물론이고 식료품과 의약품, 전자기기,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이 거래되고 있고, 게다가 옥류관에서 파는 냉면도 주문하면 집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해당하관, 창전해맞이식당 등의 맛집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신보)
또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창전해맞이식당, 해당화관 같은 맛집들이 쇼핑몰 리스트에 올라있구요, 금성식료공장 등 북한 주민들이 즐겨찾는 식료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의 인기 상품들이 많이 구비돼있다고, 북한 매체들은 소개했습니다.

지난 4월 현재 만물상에만 등록된 상품이나 서비스는 3만9천여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임미현 > 북한 인터넷 쇼핑몰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겠죠?

◇ 도성해 > 예,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사진들을 보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쇼핑몰이 갖춰야 될 기본적인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품 검색, 바구니에 담기, 전자결제, 구매 예약 같은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또 상품 스펙이나 장점, 연락처 같은 기본 정보를 안내하고, 만물상에는 입점해 있는 기업과 식당들에 대한 소개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북한 인터넷 쇼핑몰 '만물상'의 식당 소개 리스트. (사진=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식료품 주문 코너도 있고, 식당을 예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큼지막한 광고 배너도 올라와 있는데요, 제가 본 것 중에는 대성식당 광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각종 숯불고기'를 팔고 '결혼식 봉사'를 제공한다고 나와 있는데 우리로 치면 웨딩 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죠? 목욕탕과 이발, 미용, 미안봉사-얼굴 마사지나 화장 같은 것도 해주는 모양입니다.

또 극장은 물론 열차와 비행기표도 살 수 있고, 관광상품도 구매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오픈 마켓 처럼 기업들이 상품을 직접 등록하는 버튼도 있습니다.

홈페이지 상단에는 평양시와 평안남북도, 자강도,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양강도 등 북한 지역이 나와 있는데, 아마 지역별로 상품이나 식당 등을 모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상품 설명은 잘 나와 있나요?

북한에서 판매중인 곡면 텔레비전 만물상. 북한말로는 '천연색 수자식 액정텔레비죤'이다. (사진=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 도성해 > '연풍상업정보기술사'라는 업체에서 제작한 텔레비전 광고를 봤는데요, 제품명이 만물상입니다. 북한말로는 '천연색 수자식 액정텔레비죤'인데, 디지털 TV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제품은 저도 아직 써보지 못한 곡면 텔레비전인데, 선명한 4K 화질을 지원하고, 강한 충격에도 견딜수 있게 강질유리를 사용해서 액정면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크게 광고하고 있습니다.

또 곡면이기 때문에 3D영상을 시청할 때 평면 모니터와는 대비도 안되는 공간감과 입체감을 주고 있어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 임미현 > 광고들만 보면 자본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도성해 > 지금 제가 홈페이지를 캡쳐한 사진을 가지고 나왔는데, 광고 배너로 노출된 상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북한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 (사진=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체육인 상점에서는 정구복과 축전지자전거, 전기배터리 자전거 등을 팔고 있었고, 평양시 동구역 동성동에 있는 금강상점에서는 각종 의류와 가방, 화장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남자 걷기복(조깅복)은 북한 돈으로 1900원, 부엌칼 세트는 75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얼마일지 궁금하실텐데요,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이 달라서 정확한 가격은 매길 수 없지만 대략 10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보일러 같은 것도 살 수 있는데요, '고성능 석유 보이라(보일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시면 쇼핑몰이 어떻게 구성돼있구나 하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매기관은 '만경대구역 연료사업소'로 나와 있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 설명이 이어지는데요, '적은 양의 석유와 전력으로 많은 면적의 방을 빨리 덥히는 첨단 난방 설비, 시간당 2리터의 석유로 250제곱미터의 건물을 덥힐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 임미현 > 자동차 코너도 있다구요?

◇ 도성해 > 예, 남북합작기업이죠, '평화자동차'가 만물상에 등록돼 있고, 평화자동차가 운영하는 '광복차부속품상점'도 입점해 있습니다.

◆ 임미현 > 그런데 많이들 이용하고 있나요?

◇ 도성해 > 만물상에만 수백개의 공장과 기업소, 단체들이 등록돼있고, 일반 소비자 가입자도 수만명이 넘고, 하루에 6만명이 넘게 이용하고 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명의 탈북자들을 접촉했는데, 북한에 살았을 때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봤다는 분을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이 서비스가 본격화된게 불과 3년 정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평양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우리처럼 개방된 인터넷 망이 아니라 북한 내부망으로만 접속할 수 있어서 북한 매체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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