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피해자의 용기있는 고백, 2018 한국사회를 바꾸다"

대화·행동 조심하게 된 한국사회, 미투운동 큰 성과
긴 소송에 피해자들 힘들어하는 현실 안타까워
호주제 폐지도 사회 무너뜨린다 했지만 외려 발전
원치않는 성폭력 처벌하는 형법 체계 도입 과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2월 24일 (월)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정관용> 저희 시사자키 오늘부터 연말까지 2018년 올해 꼭 기억해야 할 뉴스 하나씩 짚어보는 코너 마련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인데요. 바로 미투입니다. 2018년은 미투의 해라고 이름 붙여도 과언이 아니겠죠. 정치미투, 극단미투, 스쿨미투. 연일 이어지는 미투 고발에 한국 사회가 신음했는데 어떤 결실을 낳아는지 또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부소장을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혜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올해 꼭 기억해야 할 뉴스 첫 번째로 미투를 꼽은 거, 어떻게 보세요?

◆ 김혜정> 너무 잘하셨습니다. 중요한 일이고요. 지금 또 현황도 많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 정관용> 어떤 현황이요?

◆ 김혜정> 1월부터 많은 뉴스가 나왔는데요. 피해자들이 지금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지 그리고 우리는 2018년 정리한다고 연말연시 분위기지만 또 2019년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실지 그런 걸 같이 좀 공감하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정관용> 첫 시작이 서지현 검사였는데 지금 재판 진행 중인 상태 맞죠?

◆ 김혜정>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에 안희정 전 지사의 경우는 1심에서 무죄받고 2심 하고 있는 상태, 그렇죠?

◆ 김혜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윤택 씨만 지금 구속돼 있는 상태고.

◆ 김혜정> 이윤택 씨도 2심 진행 중입니다.

◇ 정관용> 어쨌든 구속된 상태에서 1심 유죄,지금 2심 진행이고요. 고은 시인이나 이런 분들은 쌍방 맞고소 해서 지금 계속 공방하고 있는 이런 상황이죠?

◆ 김혜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피해를 고발했던 미투의 당사자, 피해자분들은 지금 어떤 상황이라고요?

◆ 김혜정> 참 소송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모든 형사절차는 모두의 권리니까 진행이 되지만 피해자들은 사실 지금 생업이라든지 아니면 생계비 그리고 사회적인 주변인들의 시선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사실은 그렇게 쉽지 않고요. 그리고 또 미투로 인한 여러 사회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부담감 또 책임감, 사명감도 많이 있으실 것 같고. 그래서 다른 피해자분들보다는 조금 더 여러 응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렇죠. 미투운동으로 우리 한국 사회가 조금쯤 달라졌다고 보세요? 아니면 아직 안 달라졌다고 보세요?

◆ 김혜정> 저는 사실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많이 듣냐 하면 학교나 직장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누가 어떤 옛날에는 많이 하던 농담들 있지 않습니까? 오늘은 무슨 옷을 입어서 좀 섹시해 보인다라든지 이런 얘기를 한다거나 아니면 지나가는 듯하면서 어디를 만진다든지 이런 것들이 지금은 조심하게 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너 그거 하면 안 되지, 그런 행동하지 마라고 이야기하게 되고 이런 것들을 예전보다는 훨씬 더 주변에서 많이 하게 되었다. 그거는 미투 덕택이다라는 말씀도 많이 하시거든요. 이전과는 좀 다르게 일상이 변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게 미투운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그렇죠?


◆ 김혜정> 이거는 사실 이제까지는 의무교육 직장에서 하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학교에서 하는 성폭력 예방교육 이런 곳에서 영상도 보고 그 강사의 강의도 듣고 하면서 배웠던 것들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 습관, 생각 이런 것들이 사실 달라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좀 용기 있는 피해자들을 직접 보고 또 공감하고 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이것이 준 한국 사회의 교육효과 이런 것들을 저는 비용으로 산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자료사진(사진=이한형 기자)


◇ 정관용> 그게 가장 큰 성과라면 아쉬운 점은 뭘 꼽으시겠어요?

◆ 김혜정> 아쉬운 점은 반대로 우리가 이렇게 멀리서 보면 분명히 다른 사회로 가고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예전처럼 약자들이 숨죽이고 사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계속 무시하고 배제하면 언젠가 신고될 수도 있어라는 경각심을 갖는 사회에서 사는 게 더 안전한가, 하면 후자를 많이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우리가 미투를 개개별 사건으로 한정해서 본다는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하나의 사건을 두고 이 피해자는 진짜 피해자야. 이 피해자는 가짜 피해자야라고 따지고 판단하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고 이렇게 판단자적인 시선으로 있는 경우도 많이 있지 않나 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또 일각에서는 미투 때문에 오히려 남성 혐오를 부추기고 또 무고 피해도 속출하고 이래서 남녀갈등을 부추겼다 이런 지적도 나오던데 뭐라고 답변하시겠어요?

◆ 김혜정> 저는 호주제 폐지할 때가 많이 생각이 납니다. 호주제는 우리나라가 채택한 문화이자 어떤 법이자 사회 질서이기도 했었는데요. 한 집안에서 남성이 가장이 되고 호주가 될 수 있고 또 할머니보다는 아주 어리지만 손자가 그 집을 계승하고 이런 문화를 법제화했던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위헌소송을 하고 있을 때 많은 유교사상 같은 것들이 우리 가족과 사회를 지금 지탱하고 있다라고 믿고 계신 많은 분들이 사회가 무너진다고 하셨습니다.

◇ 정관용> 그랬었죠.

◆ 김혜정> 그러면서 굉장히 많이 사회가 큰일 나고 위험한 발상이다. 이렇게 많이 반대를 하셨거든요. 그렇지만 그 이후로 사회가 어떻게 발전했나 생각하면 가족 같은 영역에 민주주의가 도입이 되고 또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 내 진로를 내가 선택하는 거, 가족에서의 의무보다는 나누는 거 이런 문화들이 굉장히 많이 변화가 있었지 않습니까? 지금도 누군가의 영역을 뺏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각자의 권리와 권한 이런 것들이 좀 명확해질 때 사회적인 의식이 생길 때 더 안전망이 공고해진다고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리고 미투운동 이후에 국회에 140여 개나 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는데 하나도 제대로 통과된 건 없고 우리 김혜정 부소장 보시기에는 이 법은 좀 빨리 통과돼야 한다. 핵심적인 거 하나만 꼽아주신다면요?

◆ 김혜정> 저는 강간죄에서 폭행과 협박을 굉장히 좁게 해석하는 그런 판례들이 우리나라에 전통적이라고 해야 될까요, 주류적으로 있습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 성폭력인 경우에 이것을 처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형법 체계를 외국에서는 많이 도입하고 있고 이미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게 노 민스 노 룰 이런 거죠?

◆ 김혜정> 그렇기도 하고 꼭 그런 형태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강간에서 우리나라는 얼마나 피해자가 현저하게 저항을 했는가. 그래서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라든지 아니면 거의 죽을 때까지 저항을 한 흔적 그다음에 얼마나 소리를 크게 질렀는가 이런 것을 가지고만 파악하는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미투에서 드러난 사건은 거절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 그런 조건들, 문화예술계, 종교계, 체육계 이런 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시면 아실 거예요. 이것들이 형법체계에 들어와야 되는 것이 사실은 제일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료사진=황진환기자)


◇ 정관용> 강간죄의 범위확대. 지금 위계에 의한 간음 이런 등등의 또 범위 확대 이런 걸 지적하신 거죠.

◆ 김혜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내년에는 사실 미투운동이 없는 한 해가 돼도 그런 사회가 되는 게 사실 바람직한데 당장 그렇게 될 수는 없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 김혜정> 지금 나온 것들이 각 정부 대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각 학교나 그리고 회사나 혹은 연구실이든 아니면 여러 단체들에서 자기의 새로운 문화로 이것들이 소화되는 2019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정관용> 고맙습니다.

◆ 김혜정> 고맙습니다.

◇ 정관용>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이었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