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서 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급하다.
연말을 한국에서 보내고자 귀국한 추신수는 2018년을 되돌아보며 2019시즌을 구상했다.
추신수는 23일 오후 아내 하원미 씨와 아들 무빈, 건우 군, 딸 소희 양 등 가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추신수는 "무빈이와 함께 걸으면 '동생인가'라는 말까지 듣는다. 아들이 그만큼 많이 컸다"라고 웃었다.
무빈 군에게 마지막까지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은 추신수는 2018년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한 것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곧 후반기 부진을 곱씹으며 걱정에 휩싸였다.
올 시즌 추신수는 14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4(560타수 148안타), 21홈런, 62타점, 83득점, 출루율 0.377, 장타율 0.434, OPS(출루율+장타율) 0.810을 올렸다.
전·후반기 모습이 판이했다.
추신수는 전반기 막판 맹활약하며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구단 신기록인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전반기 그의 타율은 0.293이었다. 반면 후반기에는 타율 0.217에 그쳤다.
추신수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기록을 세우며 꿈에 그리던 올스타전에 나섰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후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며 "2019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팀이 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추신수의 고민은 더 커졌다. 절친한 후배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WS)에 선발 등판하는 장면을 보면서 부러움도 느꼈다.
추신수는 "후배지만 류현진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꿈만 꾸던 월드시리즈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며 "나도 은퇴하기 전에는 꼭 월드시리즈에서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 시즌을 마친 소감은.
▲ 전반기 활약으로 생각하지도 않은 대기록(52경기 연속 출루)을 만들고, 꿈에 그리던 올스타전에 나갔다. 올해는 쉽게 잘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 중 가장 저조했다. 두 가지를 다 가질 순 없더라. 2019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 후반기 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 전반기 (허벅지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후반기에는 몸 상태가 좋았다. 정말 원인을 모르겠다. 20년 넘게 야구를 했는데…. 야구는 정말 어려운 종목이다. 시즌이 끝난 뒤에 '내가 후반기에 뭘 한 걸까'라는 자책을 했다.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친 건 다행이다. 2018년 후반기 부진에 대해서는 더 고민할 생각이다.
-- 일 년 내내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고 있는데.
▲ 프로 선수는 구단의 상품이기도 하다. 잘할 때도, 못할 때도 트레이드 얘기가 나온다. (나이나 연봉 등) 내가 트레이드 대상자로 거론될 조건이 더 많을 뿐이다. 트레이드는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는 더 많이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에서 뛰고 싶다.
-- 아드리안 벨트레의 은퇴로 텍사스 야수 최고참이 됐다.
▲ 벨트레 은퇴는 정말 아쉽다. 벨트레와 팀 동료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벨트레와 함께 뛰며 정말 많이 배웠다. 벨트레는 정말 야구를 사랑한다. 나도 누구 못지않게 야구를 사랑한다고 자부했는데 벨트레에는 미치지 못한다. 팀을 이끄는 걸 혼자서 할 수는 없다. 텍사스 어린 선수들도 경험을 많이 쌓았다. 모든 선수가 자신이 리더인 것처럼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 절친한 후배 류현진이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했다.
▲ 시즌 끝나면 야구를 잘 안 보는데, 현진이 때문에 포스트시즌 경기를 봤다. 후배지만 대단하다. 나는 꿈만 꾸던 자리에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나. 매우 부러웠다. 나도 은퇴하기 전엔 꼭 월드시리즈에서 뛰고 싶다.
-- 한국인 마이너리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최지만은 기회가 왔으니 잘할 것으로 믿는다.
-- 국내 일정은.
▲ 올해는 정말 쉬러 들어왔다. 행사 한두 개 정도만 소화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한국을 궁금해한다. 많은 분이 저보다 제 아이들을 더 알아보신다. 아이들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무빈이의 키가 더 크다. 무빈이와 같이 나가면 '동생인가'라는 말까지 듣는다. 아이가 크니 좋은 점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