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은 23일 제주 사라봉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파나소닉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전지희를 4 대 2(5-11 13-15 11-9 11-5 11-7 11-5)로 제압했다. 첫 두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네 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전지희는 2015년과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와 3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서효원의 벽에 막혔다. 전지희는 팀 후배 이다솜과 나선 여자 복식에서 황지나-윤효빈(이상 미래에셋대우)을 3 대 0으로 누르며 우승한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출발은 전지희가 좋았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한 슈커 코치의 조련을 받으며 한층 강력해진 드라이브로 11 대 5로 간단히 첫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부터 상황이 약간씩 달라졌다. 서효원이 듀스 끝에 13 대 15로 2세트도 내줬지만 점수에서 보듯 차츰 전지희의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대쪽 코너를 찌르는 포핸드 드라이브에 익숙해졌다.
서효원은 3세트를 11 대 9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서효원은 특유의 커트로 수비를 펼치다 번개같은 공격으로 허를 찔렀다. 당황한 전지희는 범실이 늘었다. 기세가 오른 서효원은 4세트를 11 대 5, 5세트를 11 대 7로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결국 서효원은 6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전지희의 3연속 범실에 엣지의 행운까지 더해 4 대 0으로 달아난 서효원은 커트로 랠리를 이어가다 기습 공격으로 상대 기를 눌렀다.
서효원은 "국내 대회 첫 우승을 2011년 이 대회에서 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도 전지희였다. 서효원은 "당시 전지희는 수비가 약해서 4 대 0으로 이겼다"고 돌아봤다.
사실 서효원은 최근 전지희에게 거의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서효원은 "전지희가 정말 잘 하는 선수라 분석과 대비를 많이 했다"면서 "그래서 0 대 2로 지고 있을 때도 차분하게 준비한 대로 방법만 찾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얼짱의 끈기가 통한 셈이다.
서효원은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다. 세계 랭킹도 11위로 국내 선수 중 가장 높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곧 다가온다. 서효원은 "전지희 등 다른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