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과 '스윙키즈' 그리고 'PMC: 더 벙커' 세 작품은 모두 제작비 150억원을 웃도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각기 400만여 관객들이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 적게는 1200만명, 많게는 1500만명 정도의 관객 수요가 겨울 성수기 시장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12월 한 달 시장 규모가 2300만명 정도된다. 1월까지 합치면 약 4000만명 정도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용은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세 영화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하위권 영화들이 죽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지난 추석에도 '안시성' '명당' '협상' 등 국내 블록버스터들이 맞붙었지만 세 영화는 역대 추석 시장 규모에 비해 적은 관객수를 동원했다.
지난 6일 CJ CGV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추석 시즌 관객수는 전년대비 76.2%에 불과해 올해 9월과 10월 누적 관객수는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꺾였다. 규모가 큰 대작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한 것이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로 작용한 결과다.
김 분석가는 "전체 시장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높은 영화들이 들어간 것은 맞다. 그러나 올 추석 상황은 제작비나 영화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관객들의 기대치 대비 만족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며 "그렇다고 순서를 정해놓고 갈 수는 없다. 언제나 그런 경쟁은 있었고 함께 잘 될 수도 있지만 침체될 위험성도 늘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올 겨울 시장에서 한국 영화 세 편이 처한 상황은 어떨까. 김 분석가는 일단 12월까지는 무난하게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만약 추석 영화들처럼 평점으로 대변되는 관객 만족도가 떨어진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여지도 있다.
그는 "결과는 최소 개봉 2, 3주가 지나야 알 수 있다. 일단 12월까지는 이 영화들 빼고는 극장에서 걸 만한 작품이 없어 마케팅 힘과 기대감 등으로 스크린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번 겨울 시장 역시 관객들의 기대치 대비 만족도가 한국 영화 세 편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20대 초반 관객들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어 그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추석 시장 상황과 다른 점은 한국 영화 세 편이 관객들에게 외면받는다 해도 '아쿠아맨' '범블비' 등 쟁쟁한 외화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겨울 시장에 유입된 관객들이 외화로 향해 결국 시장 사이즈는 전년도와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는 예측이다.
김 분석가는 "올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총 관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단 843명 적을 뿐이다. 시장 규모는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운)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라며 "다만 올해는 외화 관객수가 지난해 대비 적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흡수한 부분도 있지만 만약 한국 영화 세 편이 잘 되지 않으면 이들 외화가 관객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