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2016년 현재 360만6000명으로 ITU에서 북한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9년의 6만9261명에서 52배 급증했다. 최근 가입자 수는 500만명을 넘어 600만명 선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제도금융 접근성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세계은행(IBRD) 통계 사이트에는 북한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보급률이 '공란'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ATM 보급률은 성인 100만명 당 276대로 세계 1위다.
모바일 기기 확산과 제도금융 인프라 미비라는 2가지 조건은 모바일 핀테크의 성장 촉진요인으로 통한다. 편의성을 기반으로 금융소비자들 수요를 손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알리페이, 케냐의 엠페사다.
QR코드 기반에 2011년 모바일화한 알리페이는 위챗페이와 함께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노점상을 비롯한 상품구매는 물론 공과금 납부에 계좌이체도 가능하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간편결제 규모는 2011년 1000억위안(약 16조원)에서 지난해 109조위안(약 1경7700조원)까지 급성장했다.
케냐의 엠페사는 현지 통신업체 사파리콤(영국 보다폰 자회사)이 2007년부터 시작한 서비스로, 문자메시지로 결제가 이뤄져 스마트폰까지 필요치 않다. 각종 구멍가게에 설치된 엠페사 창구에서 선불충전한 뒤 돈받을 사람의 휴대전화로 송금액과 비밀번호를 전송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보다폰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케냐를 넘어 아프리카 등지 10개국에서 2950만명이 이용하고 있고, 초당 529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16년 기준 100만명 당 ATM 보급률은 중국 81대, 케냐 9대다.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도 10%대로 알려져 있는 등 열악한 금융환경이 핀테크로 개선됐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국제금융협력포럼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소외계층이 금융서비스를 향유"하게 했다고 치하했다.
이에 따라 금융 미발전 상태인 북한에 대해서도 모바일 핀테크 이식 방식의 경협이 거론되고 있다. 조봉현 IBK북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지난주 한국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4단계 북한 모바일금융 도입 방식을 제안했다.
기차역 등 주요 거점에 ATM을 설치한 뒤 이를 통한 휴대전화 통신요금 납부 서비스(1단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통신요금 납부 서비스(2단계), 통신요금을 벗어난 엠페사 방식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3단계),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종합금융화(4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내부적으로 모바일결제 인프라 구축, 단계별 관련법제 개선, 관련 조직·인력 양성을 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맞춰 남북경협 또는 국제협력 차원에서 정보통신·금융 교류 확대, 한반도 금융·통신망 구상 등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조 부소장의 견해다.
북한 측도 의지를 보인다. 북한의 계간학술지 '경제연구' 2018년 2호에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주민금융봉사를 활성화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문제'라는 논문이 실렸다. "계좌조회, 출금, 이체와 같은 손전화 금융봉사와 상점 등에서의 대금지급 및 결제봉사를 진행하는 손전화 결제봉사 등"을 위해 하부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북핵문제 해결과 이를 통한 국제 대북제재 체제의 해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조 부소장 역시 CBS와의 통화에서 "세미나 자료는 대북제재 '이후'를 전제로 발제한 내용"이라고 한정했다.
조 부소장은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이 내부적 조치를 진행하고, 교류확대 등은 우리와 국제 금융기구가 참여하는 다자간 국제협력으로 이어가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