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퇴출되는 와이브로, 굳이 쓰겠다는 軍…왜?

-'토종 무선인터넷 기술' 와이브로 서비스, 올해 모두 종료
-軍, 2023년까지 수조원 들여 와이브로 기반 통신망 구축
-퇴출기술 사용에 "발전가능성 감안 못해...부품수급도 우려"
-"초기 계획만 고집하다, 막대한 낭비 시간 지체 초래"
-통신분야 '장군'들의 와이브로 업체 재취업에 의구심까지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수도권 FM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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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어떤 사건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올 한해가 끝나가는데요, 그런데 올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기술도 있습니다. 이건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뉴스 멘트]
"지난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인터넷 기술이지만 국제화에 실패한 이후 줄곧 사양길을 걸었습니다."

"KT는 와이브로 서비스의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기존 위약금과 단말 잔여 할부금을 모두 면제하고 LTE 전환도 지원할 방침입니다."

◇ 김현정> 와이브로 서비스가 끝난다는 얘기네요? 저도 와이브로를 들어봤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 김정훈> 무선 인터넷 기술의 하나입니다. 아마 LTE라는 말은 더 친숙하실 텐데, 그 LTE가 4G라고 하는 4세대 망이고 이제는 5G, 5세대 망으로 진화하고 있죠. 와이브로는 그보다 앞선 3.5세대쯤이라고 보면 됩니다. 삼성전자 등이 만든, 우리나라 토종 기술이라 더 관심을 모았습니다.

◇ 김현정> 그게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하고 12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거네요.

◆ 김정훈> 한때는 적잖은 이들이 와이브로를 활용해 인터넷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이용자 수가 5만명에 불과합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잊힌 상태이고요. 그런데도 그 퇴물이 된 와이브로를 유일하게, 이제 막 사용하려는 곳도 있다 하네요.

◇ 김현정> 그곳이 어딥니까?

◆ 김정훈> 정보전, 사이버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우리 군입니다. 군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인지 그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취재한 내용을 이번 훅뉴스 시간에 전해드리죠.

◇ 김현정> 어제는 방산비리 문제를 전해드렸는데, 오늘도 또 군 이야기네요. 그런데 방위를 위해서 어느 영역보다 최첨담 기술이 적용돼야 할 군에서, 이제는 사라지는 기술을 쓰려고 한다는 게 사실이에요?

◆ 김정훈> 일단, 민간 와이브로 망이 사라진다 해도 그것에 영향받지는 않는다는 게 군의 입장입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의 말로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방위사업청 관계자]
"민간에서 종료를 하더라도 저희 운용과는 전혀 별개의 다른 문제입니다. 차량용 기지국을 별도로 두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과는 전혀 다른 체계입니다."

◇ 김현정> 와이브로 망 자체가 사라져도 군의 와이브로 망은 괜찮다?

◆ 김정훈> 그 와이브로 기술로 만들고 있는 게, TICN-군 전술정보통신체계입니다. 잠시 설명 드리면, 전쟁이나 작전을 수행하려면 명령이나 정보를 공유해야 하잖아요. 지금까지는, 사진에서 많이 보셨던 그 묵직한 무전기를 많이 사용했고요.

◇ 김현정> '어디 나와라, 오버!'하는 그 묵직한 무전기요.

◆ 김정훈> 네.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성을 주고받았는데, 그걸 넘어 각종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할 상황이 이미 도래한 거죠. 그래서 2007년부터 군 통신망 개선 사업이 착수됐습니다. 앞으로 5년 뒤까지 무려 5조 6천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그 통신망에 적용되는 기술이 와이브로인 것이죠.

◇ 김현정> 말하자면 군의 통신망을 디지털화하는 아주 중요한 사업인데, 그 망의 기술을 와이브로로 쓰겠다?

◆ 김정훈> 와이브로 망을 펼칠 수 있는 이동식 기지국을 차량에 실어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그 일대에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안에서 와이브로망이 사라져도 군에서 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네요.

◇ 김현정> 설명대로라면, 와이브로 기술이 사라져도 군에서는 유효하니 걱정 말라는 얘기네요?

◆ 김정훈> 군의 설명대로 그렇게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선, 와이브로를 만들어낸 우리나라조차 상용 서비스를 끝내면서, 와이브로는 한물 간 기술이라는 낙인이 찍혔죠. 게다가 앞으로 보완되거나 발전될 가능성도 더욱 사라지게 됐습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의 말입니다.

[녹취: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같은 기술을 쓰고 있으면 민간에서 열심히 개발해 새로운 게 나오면 이걸 사면 될 거 아니에요? 그걸 못한다는 것이죠. 기술 개발을 해야 하는데, 그럴 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앞으로 발전되는 데 한계가 명백해진 것이죠. 통신기술을 결정할 때 당시의 신뢰성이 있다 없다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그런 것들을 감안 못한 거예요."

◇ 김현정> 더 이상 쓰지 않는 기술이니 와이브로를 더 연구하는 곳도 없을 것이고. 더 진화되거나 발전될 가능성이 없을 게 뻔한데, 군은 이대로 계속 쓰면 된다는 얘기네요...

◆ 김정훈> 또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계약에 따라 업체가 장비는 납품하겠지만 어떤 얘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수요가 군에 한정돼 있으니 당연히 그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무엇보다 이제 5G를 얘기하고 있는데, 3.5세대라는 게... 속도나 편의성 면에서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는 거잖아요. 더구나 지금은 그런 망조차 깔고 있는 단계, 다 깔린 것도 아니고. 다 깔고 나서, 이제부터 쓰겠다고 하는 때는 6세대 7세대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니예요?

◆ 김정훈> 그런 우려, 지금에서야 터져나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와이브로를 검토하던 무렵부터 그 이후까지 줄기차게 논란이 되고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2014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 장면을 들어보실까요? 당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이어서 들어보시죠.

[녹취: 김광진 前의원, 김세연 의원]
"다 LTE 하고 있는 시절에 아직도 우리는 3G를 개발하겠다고 하는 형식으로 진도가 나가는 겁니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업이니까 이렇게 넘어가지, 아마 이 사업을 비행기 사는 거라고 생각하면 국민들이 난리가 날 겁니다."

"기술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왜 좀 더 기술 변화를 예측하고 선도하고 앞서 가지 못하는지 너무 참... 2020년까지 해 놓으면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 김정훈> 혈세 수조원이 투입되는 엄청난 사업인데, 국민들이 그 내용을 소상히 알았으면 난리가 났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김 기자. 와이브로를 처음 결정했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에요?


◆ 김정훈> 군은 와이브로 기술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자체 통신망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2005년 말입니다.

◇ 김현정> 그때는 와이브로가 최신 기술이었겠네요.

◆ 김정훈> 네. 하지만 초반에 시험서비스가 무산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고, 본격적인 체계개발이 이뤄지기 전에 4세대 이동통신망 LTE가 등장합니다. 자연히 와이브로와 LTE가 비교됐지만 군은 토종기술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더 낫다, 또 이미 상용화하고 있기 때문에 구축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와이브로를 굳혔습니다.

◇ 김현정> 그 당시로서는 이해가 되네요.

◆ 김정훈>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렇죠. 당초엔 군 전술정보통신체계 개편을 2014년까지 끝내겠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 사이 재평가, 법적 분쟁 또 사업방식의 후진성 때문에 현재는 완료 시점이 2023년까지 밀린 상태입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지적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종대, 정의당 의원]
"이 사업은 7개 사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무전기가 개발이 되고 정보망이 개발이 되면, 그거 하나하나씩 전력화하면 되는데 7개 전체를 한꺼번에 전력화해야 되니까. 먼저 개발된 건 다음이 개발될 때까지 한정 없이 기다려야 됩니다. 일부 구성품의 개발이 늦어지니까 정보통신, 전술통신망 전체가 다 다운돼버리는 이런 취약한 구조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요. 초기 계획만 고집하다가 막대한 낭비와 시간의 지체를 초래한 것이죠."

◇ 김현정>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우리 군의 핵심 기술로 선정됐던 와이브로가 그 사이에 퇴물이 된 거네요.

◆ 김정훈> 그럼, 그 사이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는 없었을까요? 사업 추진이 더딘 가운데 외부환경이 빠르게 변했으니 말이죠. 그런 아쉬움 속에, 취재 과정에서 짚어봐야 할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어요.

◇ 김현정> 어떤 사실이요?

◆ 김정훈> 와이브로 망을 바탕으로 군 통신망 구축사업 대부분을 맡은 건, 현재 한화탈레스로 바뀐 삼성탈레스라는 회사였습니다. 수조원대 사업을 챙긴 것이죠. 그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무렵 삼성탈레스의 사업본부장이 누구냐면, 군에서 통신분야 요직은 모두 밟아온 김규석 전 육군지휘통신 참모부장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군 통신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 김정훈> 그렇죠. 육군 정보체계운용처장, 지휘통신사령관 등을 두루 거쳤는데, 전역해서는 삼성탈레스에서 군 통신망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역시 군 통신병과 출신인 이명노 전 육군 정보통신학교장도 삼성탈레스로 영입됐다가 현재는 군 와이브로망의 또다른 사업체 대표를 맡았네요.

◇ 김현정> 군에서 정책 결정할 때 굉장히 중요한 라인에 있다가, 퇴역해서는 그 사업체로 가는 거예요?

◆ 김정훈>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 싶은데요. 지난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10년간의 퇴직공직자 재취업 현황을 살펴봤는데 민간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공무원 가운데는 군인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대부분 방산업체로 갔고요. 채이배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퇴직 장성들이 관련 업체에 취업하게 됨으로써 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 그것으로 인해서 군의 전력 손실 또 군 장병의 생명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군인이 퇴역하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뭔가가 석연치 않은 곳까지 전관예우 느낌으로 가는 것은 국민들한테 의혹을 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 김정훈> 그래서 원칙적으로 공무원 재취업 제한 규정, 법도 있는 것이고요.

◇ 김현정> 물론 군이 와이브로망을 고집하는 이유가, 부적절한 커넥션 때문인지는 더 확인해야겠지만 오해할 만한 부분인 건 맞네요.

◆ 김정훈> 네. 또 군의 정책 결정 과정도 보다 합리적이고 탄력적으로 개선될 필요도 있어 보이죠. 처음 와이브로를 선택했을 때 정말 최선이었나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고, 지체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뻔히 더 월등한 기술이 등장했는데 재고할 여지는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 세탁기, 냉장고 이런 것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 김현정> 2005년에 결정해서 2018년까지 아직 다 깔지도 못하는 중이라면 그 전에 얼마든지 뭔가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여기까지 훅뉴스, 김정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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