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현직 판사는 왜 법관 탄핵할 국회의원 찾아나섰을까?

김명수 대법원장을 위한 변명, "법관징계위를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사법농단에 연루돼 징계청구된 법관 13명 중 3명에게만 정직처분을 하고 5명은 감봉 또는 견책, 나머지 5명은 불문 또는 무혐의 판정을 하면서 '제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법농단의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는 내부망인 법원 코트넷에 "탄핵 국회청원(헌법 제26조 제1항)을 해볼 생각입니다. 같이하실 판사님은 연락주십시오"라는 글과 자신의 메일주소, 연락처를 남겼다.

그리고 20일에는 포털사이트 daum 아고라에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함께 찾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현직 판사가 왜 법관 탄핵할 국회의원 찾아나섰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다른 한가지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위한 변명이다.

대법원 청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차성안 판사가 포털사이트 daum 아고라에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함께 찾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올렸는데 청원 동참자가 많은가?

= 차 판사는 20일 daum 아고라에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함께 찾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올렸는데 만 하루동안 320명이 서명했다.(21일 08시 현재) 아마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차 판사는 지난해(2017년) 7월 6일 daum 아고라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관심을 청원합니다'란 제목으로 이슈청원을 했는데 18일만에 10만 넘게 서명해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청원에도 서명 목표가 10만명인데 달성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제는 daum 아고라가 내년(2019년) 1월 7일 폐쇄될 예정이라는 게 변수다.

▶ 차 판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찾기에 나선 이유는?

= 공개적인 이유와 밝히지 않은 이유가 있는데 daum 아고라 청원글에서 공개적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차 판사는 청원글에서 "사법농단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태를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의 법관징계위원회는 최고징계인 정직 1년조차 하나 없는 셀프 징계로 봉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차 판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 준 행위',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이리 가볍게 처리될 수 있는 것인가요?"라고 반문하면서 "이번 징계는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를 무색케하는, 탄핵차단용 솜방망이 징계"라고 지적했다.

차성안 판사. (사진=자료사진)
▶ 차 판사가 밝히지 않은 이유는 뭔가?

=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법부에 더 이상 맡겨 둘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직판사가 법원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부로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은 내부에서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차 판사가 올린 아고라 청원글에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의 법관징계위원회는 최고징계인 정직 1년조차 하나 없는 셀프 징계로 봉합하려 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걸로 받아들여진다.

차 판사를 잘아는 한 중견법관은 "벼랑끝에 몰려서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라며 "자신이 공격 받을 걸 알면서도 이렇게 나서는 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11월 20일 홍영표 원내대표 주재로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법관 탄핵 소추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법관 탄핵소추도 국회가 적극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며 "사법부 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야당과 협의해 특별재판부 설치와 탄핵소추 논의를 즉각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차 판사의 동료들은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차 판사가 '법관탄핵 청원을 소개해 줄 국회의원 찾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적 정의감의 발로라는 얘기다.

세 번째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 중 감봉 이하 법관들은 곧바로 재판에 복귀하기 때문이다.

재판거래에 관여하고 동료판사 뒷조사를 한 판사들이 재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정직처분을 받은 고법부장들보다 더 깊이 사법농단에 관여한 10년차 이상 심의관출신 판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에게 재판을 맡겨도 될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 아닐까?

차 판사는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법관들에게 재판을 맡기는 건 옳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에 외부 청원에 나섰을 것이라는 게 동료판사들의 말이다.

네 번째는 자신을 뒷조사한 김민수 창원지법 부장판사에게 감봉 4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법관을 사찰한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 '품위손상'으로 감봉4개월이라는 처분을 내렸으니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법원행정처 기획제2심의관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2015년 임종헌 차장 지시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는데, 차 판사의 성격과 스타일, 재판 준비태도, 일과 관련한 가정사, 주로 고민하는 테마, 다른 판사와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분석했다. 법원행정처는 심지어 차 판사의 재산내역까지 들여다봤다.

차 판사는 사찰자체가 심각한 범죄라고 주장해왔는데 감봉4개월 처분을 내렸으니 얼마나 실망감이 컸겠나?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김명수 대법원장을 위한 변명이라고 했는데 뭘 얘기하고자 하는 거냐?

= 차성안 판사의 얘기와 연결되는 건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법관징계위원회가 왜 그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는가 하는 속내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6월 법관 13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를 하면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며 "관여 정도와 담당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징계절차가 끝날 때까지 일부 대상자는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엄정조치'를 여러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제식구 감싸기요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모든 비난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언론들은 사설과 기사로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을 맹폭하고 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한다고 했으나 살점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시늉만 낸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버렸다." 거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솜방망이 처분이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 아니라는 거냐?

= 사법부의 수장이니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지금 사법부에서는 고등부장판사 이상의 고위법관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먼저 법관징계위원회 구성도 김 대법원장의 의사와 관계가 없다. 7명의 징계위원 중 김 대법원장을 임명한 위원이 3명,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한 위원이 4명이다.

김 대법원장은 징계위원장인 박정화 대법관과 징계위원인 노정희 대법관 그리고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을 징계위원으로 위촉했다.

문제는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은 법원장 회의에서 '재판거래는 실체가 없다'며 검찰수사에 반대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을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의 징계를 청구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청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아니 그런데 왜 징계위원으로 위촉한 거냐? 인사를 잘못한 것 아닌가?

=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있으니까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징계위원 7명 중 위원장과 위원 3명은 법관으로 나머지 3명은 외부위원으로 위촉하는데 대법관 2명 외에 사법연수원장과 서울고등법원장을 징계위원으로 위촉하는 건 당연직처럼 굳어진 관행때문이라고 한다.

법관인사도 서열에 따르는 게 관행이다.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을 임명한 게 김명수 대법원장이지만 올 2월 1일 인사를 할 당시에는 3차 진상조사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법관징계를 예상 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었다.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인사였는데 기존의 관행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대법원 쪽의 설명이다.

▶ 김명수 대법원장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한다'고 했는데 어떤 살을 도려냈나?


= 김명수 대법원장이 곤혹스러워 하는 대목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송구하다'는 말 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법관징계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분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물먹이는 것이다. 법원 내부의 소장판사들도 이번 징계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사건이라고 말한다.

대법원장이 징계를 청구하면서 '엄중조치'를 여러차례 언급했는데 법관징계위는 심지어 판사 뒷조사 문건 작성이 확인된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노재호 서울고법 판사에 대해 품위손상이 인정되지만 정도가 약해 '불문'에 부쳤다. 김 대법원장이 '엄중조치'를 언급하건 말건 징계위는 징계위의 길을 가겠다며 물을 제대로 먹인 것이다.

▶ 법관징계위가 대법원장과 따로 움직이는 거냐?

= 법관독립을 보장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징계를 결정하기도 전에 법원행정처는 징계수위를 알고 있었다. 사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법관징계위원은 3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다.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리고 징계위의 결정에 기속된다. 무조건 따라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징계위원회를 어떻게 할 방도는 없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지금 법관징계위는 여전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거냐?

= 그렇다는 게 법원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법농단 연루판사들은 이른바 '양승태 키즈'로 불리고 있다.

사실상 당연직인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한 사람이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정농단 특별재판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발언을 발언을 했다.

그리고 외부 징계위원 3명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위촉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성균관대 최봉철 교수와 변호사 1명, 미디어관련 전공 교수 1명으로 알려져 있다. 최봉철 교수는 성낙송, 최완주 원장과 서울법대 동기다.

징계위원 중 한명과 통화를 했는데 '대법원장이 징계청구했는데 불문처분하면 물먹이는 거 아닌가?'라고 했더니 "증거관계와 그런걸 기초로 판단했다"고 답했고 '징계수위가 너무 약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정직을 한 건 무거운거 아닌가? 라고 반문을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에 고위법관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인가?

= 조직적으로 강하게 저항 중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인지 몇가지 소개하자면 "이게(사법농단 - 재판거래 등) 뭐가 잘못이라고 애꿎은 법관들 수사받게 만들고 사법신뢰 하락시키냐",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위해 큰 잘못 아닌 것을 '사법농단'이라 부르며 검찰 끌어들인것아니냐?",

"사법개혁을 할 필요가 없고, 사법개혁 중 고법부장의 '지방법원장 자격 박탈'이나 '고법 대등합의부 구성'은 고법부장의 기득권을 빼앗는 것이라서 위헌이다." 등등이다.

심지어 고위법관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무죄전략을 짜주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성도 개혁의지도 없는 양승태 키즈들인 고위법관들이 여전히 법원을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이 때문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던 소장판사들이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대한 대응이나 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소극적이고, 그렇지만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건 양승태 키즈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고 사법개혁을 무위로 돌리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