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의 소변기 '샘' 한국에 왔다, 현대미술 거장 뒤샹의 삶 속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내년 4월 초까지 전시,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공동주최
뒤샹의 샘, 자전거 등 대표작부터 사진 아카이브까지 풍성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희귀한 작품들 대거 전시

(사진=조은정 기자)
1917년 뉴욕. 공중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용 변기를 떼어 '샘'(Fountain)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서명을 해 미술 전시장에 덜렁 가져다 놓고 작품이라 우긴 마르셀 뒤샹(1988-1968). 100년 전 시대를 앞서갔던 뒤샹의 '샘'은 현대 미술의 문제작이 됐다. 뒤샹은 소변기 뿐 아니라 자전거, 와인꽂이 등 별볼일 없는 일상의 용품에 의미를 부여해 '레디메이드'의 창시자기이도 하다.

샘과 자전거 등 뒤샹의 대표작들이 한국에 왔다.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르셀 뒤샹>전이 열린다. 이번 대규모 전시는 뒤샹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성사됐다. 삶과 예술을 한꺼번에 조명할 수 있도록 작품 뿐 아니라 생전에 아카이브도 다채롭게 전시된다.


1부 화가의 삶에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뒤샹의 회화를 보여준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는 누드의 형상을 움직이는 기계로 묘사해 입체파의 추상성에 현대 과학의 개념을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2부에서는 회화의 길을 포기하고 예술가로서 새로운 작업에 임했던 1912년 이후의 시기를 조명한다. 그의 첫 레디메이드 작품인 <자전거 바퀴>, 뒤샹의 이름을 각인시킨 <샘> 등이 전시된다. 그는 레이메이드를 구상할 당시 쓴 노트에서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뒤샹은 작고하기 직전에 "나에게는 항상 나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내재된 관념들을 깨부스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뒤샹의 삶은 미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된다.

'나를 벗어나기 위해' 뒤샹은 사회적 통념들을 통쾌하게 뒤집었다. 소변기를 예술작품으로 둔갑시키는 '레디메이드'에 이어서 1920~30년대에 여장을 통해서 '에로즈 셀라비'라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며 성 정체성을 허물기도 했다.

3부 전시 <에로즈 셀라비>에서는 여장을 하거나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려넣는 식의 방식으로 성 경계를 넘나들었던 뒤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자신의 작품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미니어처 식으로 만들어 전시용 상자에 넣어 보관하게 된다. 버클과 어깨끈이 달린 가죽 케이스때문에 <여행가방 속 상자>로 불리데 이번 전시에서 뒤샹의 아기자기한 미니어쳐를 감상할 수 있다.

4부 전시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전세계를 다니며 작품을 선보이던 시기를 조망한다. 영국의 팝 아티스트인 리처드 해밀턴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포함해 말년의 뒤샹의 다양한 사진들이 공개돼 볼거리를 더한다.

방대한 작품 뿐 아니라 사진이나 포스터 등 각종 아카이브가 함께 전시돼 있어 현대 미술의 선구자인 뒤샹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이다.

필라델피아미술관 측은 "작품들 뿐 아니라 아카이브의 경우 쉽게 전시되기 힘들어 관계자들도 보기 힘든 자료들이 전시됐다"며 "한국인들에게 아주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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