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배기관에 실리콘 처리 없어"…무자격자 시공 '논란'

보일러 판매업체 "사고 펜션 보일러 시공자 자격증도 없어"
경찰 수사본부, 시공 업체의 무자격 설치 여부 조사 중

강릉 사고 펜션 가스보일러의 배기관이 어긋나 있다. (사진=강릉소방서 제공)
서울 대성고 학생들이 강릉의 한 펜션에 머물다가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자격자가 보일러를 설치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보일러 판매업체 직원 A씨는 20일 오후 CBS취재진과 만나 "사고가 난 펜션에 가스보일러를 판매했던 동료 직원도 경찰조사를 받았다"며 "그 직원도 조사과정에서 보일러 시공자가 무자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어 "판매를 하는 입장에서 자격증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다만 강릉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무자격으로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려면 반드시 해당 자격증을 취득해야 가능하다.

A씨는 "시공자가 무자격이어서 실수를 한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실리콘을 바르지 않은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실리콘 없이 4년 동안 계속 연결돼 있었던 것도 놀랍다"고 말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숨진 학생 3명의 몸에서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치사량이 높게 나왔다. (사진=유선희 기자)
일반적으로 실리콘은 서로 다른 재질의 재료들이 맞닿아 있을 때 그 사이에 생기는 간극으로 인한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틈 채움'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공간에 맞게 보일러를 설치하려면 높이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배기관을 자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자체만으로 불법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 경우 반드시 균열을 실리콘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학생들이 머물렀던 201호에 설치돼 있던 가스보일러는 한 눈에 봐도 보일러 몸통과 배기관이 어긋나 있다. 경찰 수사본부는 이렇게 분리된 틈으로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숨진 학생 3명의 몸에서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각각 48%, 55%, 63%로 나왔다. 주로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40%를 넘으면 치사량으로 본다.

앞서 지난 19일 경찰 수사본부는 2차 합동감식을 마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긋나 있던 배기관에 실리콘 작업 흔적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공을 하는 과정에서 실리콘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 가스 누출의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재 시공 업체의 무자격 설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며 "가스 유출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강릉의 한 펜션에서 가스보일러 배출구가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와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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