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워킹그룹은 각각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를 수석대표로 비핵화·남북관계·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출범했다.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통일부·청와대 국가안보실 실무진이 참여하고 미측에서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들이 참석한다.
워킹그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가졌고 지난 7일에는 화상회의를 실시했다. 한 달에 한 번 수석대표가 참석하는 회의를 기본으로, 중간에 실무급 화상회의를 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2차 워킹그룹 회의는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1세션과 남북관계·대북제재를 논의하는 2세션으로 나뉘어 개최된다. 1세션은 한미 수석대표가 주재하고, 2세션은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참석한다.
2차 회의에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 및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최근 북미 접촉 동향 등을 공유하고 내년 초 북핵외교 대응전략을 논의,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0일 이도훈 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 및 만찬을 갖고 북핵, 북한 관련 제반 현안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전날 방한하면서 발표한 '인도지원 목적의 미 국민 대북 여행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이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9일 방한하며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초 미국의 대북지원 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지원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할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현재 북미 비핵화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오는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 예정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착공식 행사 자체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행사를 위해 반입해야하는 물자들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사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800만 달러 지원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여러 가지 제반 현안에 대해서 협의를 할 것"이라면서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비건 특별대표가 이미 인도적 지원 목적의 미 국민 대북 여행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언급한만큼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관련 제재 면제나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도적 지원을 대북 유화 카드로 사용할 뜻을 시사한 만큼, 남북 철도·도로 연결 관련 제재 완화나 집행이 미뤄지던 정부의 800만 달러 지원이 이뤄진다면 북한을 향한 추가적인 유화적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다. 북미 간 대화 창구가 막힌 상태에서 미 측이 한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점에서 우리 측에 재량권을 주기 위해서라도 철도 착공식 관련 사항 등에는 미국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