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고 김용균 유가족 등은 20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신 김용균씨의 참혹한 죽음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다.
첫 말문을 연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故)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몇년 전 삼성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수없이 죽어갈 때 기업을 처벌해달라고 수없이 얘기해도 국회와 정부는 듣지도 않았다"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냐. 제주도 민호씨, 화력발전소 용균씨 모두 정부, 국회가 방치해서 생긴 일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죽어간다는 걸 국회가 뻔히 알면서, 당리당략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치지도, 제정하지도 않고 있다"며 "기업주에게 벌금 몇 푼 내게 하는 법이 아닌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징계절차와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실습생 고(故)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 또한, 민호군이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지 1년이 넘었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를 보면 딱 한 마디가 생각난다. 국가가 짊어져야 할게 국민의 안전인데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죽어가도 둥근 지붕 밑 의회에서 탁상공론 외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범법행위가 안 일어나려면 사업장에 높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아들 용균이보다 먼저 죽임을 당한 12명 사상자가 있었다. 그때 진상규명됐다면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며 "내가 싸우지 않는다면, 또 다른 희생자 용균이가 나올테니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발언 중간중간 고개를 떨구고, 연신 눈물을 참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인 허경주씨, 삼성전자 하청업체서 근무하다 메탄올에 실명한 김영신씨, 삼성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인 김시녀씨 등 또한 참여해 연대의 목소리를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