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특별대표는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초 미국의 대북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지원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할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활동하는 많은 인도지원 단체들이 엄격한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까지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을 안다"며 "특히 올 겨울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은 올해 초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허가를 더 엄격하게 제한했고 이 또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에 영향을 줬다"며 "인도적 지원 목적으로 미국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는 문제와 이 과정에서 발생할 대북제재 위반 감시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가 비행기에서 내려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준비한 글을 들고 이같은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준비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는 "다음주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 및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며 자신의 개인 생각이 아닌 미국 정부의 검토를 통한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미국 국무부가 북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권 핵심인사 3명을 추가 제재조치 하는 등 날 선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에게 우리는 대화의지가 있다, 나와서 원하는 부분을 함께 이야기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에는 인도적 지원 역시 미국의 독자제재에 묶여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사실상 어려웠는데 그 부분을 면제조치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존 북한이 내놓았던 것에 대한 등가 조치 정도로 보이며, (또다른 제재 면제 등) 추가조치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것은 결국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이 이번 비건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북미 비핵화 대화도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 방한 계기 북미 판문점 비밀회담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북한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제 제재 해제이기는 하지만, 그 제재완화의 출발점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